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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로 빛나는 깊은 신학을 아름다운 언어로 만나다

[서평]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세트 (김순현 정현숙 옮김/복있는사람)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터전, 그 신앙과 삶이 진실됨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은 세상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 적응해서 살아가며 이 세상에서 함께 일하고 영향을 끼치며 이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행해야만 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세상은 영원으로 들어가는 씨를 뿌리는 밭이기 때문입니다.”(1928년 8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청년 디트리히 본회퍼가 전한 메시지는 깊은 흑암이 드리워지던 독일에서 한 사람의 진실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지 예언적으로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울러 본회퍼가 살던 시대보다 더 혼란하고 혼탁한 우리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밝혀 줍니다.

본회퍼를 처음 읽었을 때 그의 글은 마치 세찬 폭풍우가 휘몰아친 뒤 온 세상이 맑게 정화되는 바로 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의 저서를 번역해 보고 싶은 열망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중 본회퍼 주요 저서 가운데 ‘성도의 공동생활’ ‘그리스도론’ ‘윤리학’을 맡아서 번역할 수 있는 놀라운 은혜가 제게 주어졌습니다.

본회퍼의 글은 문학적 아름다움과 함께 깊은 울림과 감동으로 제 영혼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저는 그 감동이 본회퍼를 한국어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단어 한 문장 앞에서 오래 고심했습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나고 수식어가 많은 본회퍼의 문체가 걸림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오히려 작은 그리스도가 되도록 도전하는 본회퍼 신학에 기쁘게 다가서게 하는 촉매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인간의 영혼에 기초한 사랑은 인간적인 예속과 속박을 초래하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지만, 영적인 사랑은 형제로 하여금 말씀 아래 ‘자유’를 누리게 합니다. 인간적인 사랑이 온실에서 인위적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라면, 영적인 사랑은 하나님의 자유로운 하늘 아래 비바람을 맞고 햇빛을 받아 견실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열매들’을 맺게 하는 것입니다.”(성도의 공동생활, 55쪽)

본회퍼의 저서를 읽으면 예지로 빛나는 깊은 신학이 이토록 아름다운 언어에 오롯이 담겨서 진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감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성경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경외했으며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였음을 분명히 알게 될 것입니다. 본회퍼의 저서가 한국교회에 큰 유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귀한 책이 새롭게 단장하여 빛을 보기까지 수고해 주신 복있는사람 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현숙 재독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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