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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전자 어떻게 할거냐” 581만 개미 원성에 진땀

달라진 삼성전자 주총 가보니
중점사업·조직문화 등 송곳질의
“답변 무성의” 제기에 2차례 사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의장 자격으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에는 앞으로 OLED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왜 다시 시작했습니까?” “S급 인재가 수직적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데 인재 확보나 융화 노력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주가 관리는 안 하기로 마음먹은 건가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을 검토해주세요.”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15일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581만 동학개미 군단’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진땀을 뺐다. “답변이 무성의하다”는 주주들의 문제 제기에 주총 의장을 맡은 한 부회장이 두 차례나 사과하며 상황을 무마하기도 했다. 여전히 ‘주총꾼’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컨퍼런스 콜’을 연상케 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은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소액주주 질의응답이 열기를 띠면서 2시간가량 걸렸다. 한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해 상정한 3개 안건은 압도적 찬성률로 원안 가결됐다. 전자투표제와 전자 표결 단말기 덕분에 안건당 개표 결과를 집계하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관심을 끌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올라오지 않았다.

이날 부득이하게 주총에 불참한 경계현 DS부문장 겸 대표이사를 제외한 최고경영진은 올해 대내외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은 “IT 수요 부진이 본격화하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반도체 수요는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다운턴(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올해 반도체 시장은 56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존 사업의 차세대 공정기술 격차 확대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전장사업 등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 성장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수차례 주주들에게 알렸다. 특히 한 부회장은 “시설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추진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M&A 가능성을 거듭 내비쳤다.

주총장 안팎에서는 5만~6만원 ‘박스권’에 갇혀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단연 화제였다. 주총장 입구에 친환경 소재로 하이페리온(높이 115.9m로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을 본뜬 ‘응원 메시지 월’을 설치했는데, ‘10만전자 가즈아~’ 등 주가 상승을 바라는 글이 많았다.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한 부회장은 “정기 배당 지급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로 환원하겠다”면서 “집행 시점은 여러 여건을 검토해 추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 중에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 지급액은 9조8000억원가량이다. 주가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주주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수원=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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