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사상 최대 사교육비 쇼크, 정책 부재가 초래한 것 아닌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입니다). 뉴시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사상 최대인 26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기록(23조4000억원)을 한 해 만에 갈아치운 것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총액뿐 아니라 세부 지표 대부분이 새 기록을 썼다. 사교육 참여율(78.3%),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52만4000원) 모두 2007년 조사 이래 가장 높다. 당국이 수수방관한 사이에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추락한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력격차 우려가 사교육 수요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학력 향상 및 돌봄 여건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폭(13.4%)이 가장 커진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가 당국의 면죄부가 될 순 없다. 똑같이 방역 기준을 지키고 학생을 가르치는 현장인데 공교육과 사교육의 간극이 벌어졌다는 것은 공교육 부실을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1년 사이 학생 수는 0.9% 줄었다. 저출산 여파로 문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각 분야에서 부작용이 커져가고 있는데 사교육 현장만 활황인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당국의 늑장 대처 또한 실망스럽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이게 9년 만의 대책이라고 한다. 사교육비는 2015년 17조8000억원에서 2019년 21조원까지 매년 늘어났다가 코로나가 닥친 2020년 한 해만 강력한 방역 대책으로 감소한 뒤 기록 갱신을 계속했다. 사교육 심각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졌음에도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이후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일관된 입시대책 등이 중요하지만 초중고 현장에서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실천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막대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고 있는 시·도 교육청의 책임도 크다. 학생은 줄어드는 반면 해마다 내국세의 20.79%가 교부금으로 들어온다. 2021년에 교부금이 6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엔 8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책걸상 교체 같은 전시행정 말고 사교육 시장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혹은 지방 학생들을 위한 학습 환경 개선에 쓰는 게 교부금 목적에 더 부합하는 것 아니겠나. 사교육비는 부동산값과 더불어 저출산, 비혼 현상의 주요 요인이다. 사교육 현실을 방치하면 국가 미래가 암담해질 수도 있다. 사교육 대책이 일회성이나 단편적인 개선안 마련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