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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분에 한 번꼴로 대통령 비판한 야당 원내대표 연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부분을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공격에 할애했다. 그는 “눈 떠보니 후진국이 윤석열정부의 9개월 총평”이라며 “민생·경제 참사, 외교 참사, 안보 참사, 안전 참사, 인사 참사가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친일 굴종 외교’라고 규정한 뒤 “국민은 도 넘은 친일 행보에 윤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검찰과 재판부, 대통령실이 삼위일체가 돼 ‘김건희 구하기’에 나섰다”며 “대체 누가 대통령이냐”고 물었다.

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통과 독선의 정치 대신 소통과 화합에 나서라는 주문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 과도한 지난 정부 탓, 검찰 출신 중심의 인사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과 여당은 협력의 대상이지 적이 아니다”라며 야당과의 대화도 촉구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 없는 대화 제의는 공허하다.

박 원내대표는 1분에 한 번꼴로 윤 대통령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최악의 리더십’ ‘최악의 무능정권’ ‘권력 남용의 끝판왕’ ‘검사들의 대장’ ‘오만한 통치’ ‘공포 정치’ 와 같은 거친 표현들이 총동원됐다. 민생을 언급한 횟수(8번)보다 김 여사를 언급한 횟수(9번)가 많았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에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 수사와 민주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국민이 정치에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진영 정치에 대한 성찰과 이를 극복할 정치 개혁 방안이고, 비난에 앞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자세다. 박 원내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을 비판하기 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사과하고, 민생과 협치를 말하기에 앞서 장외투쟁 중단을 선언했다면 국민의 공감을 받았을 것이다. 검찰권 남용을 비판하기 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를 말하고, 친일 외교를 언급하기 전에 과도한 반일 감정 부추기기로 국제 관계를 악화시켰던 지난 정부의 잘못을 성찰했다면 여야 모두의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분열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한 원내 1당 대표의 품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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