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서 ‘태안 유류 피해 극복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를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서 눈길을 끈 이는 이광희(69·태안 의항교회·아래 사진) 목사였다. 그는 15~16년 전 서해안 살리기에 나선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는데, 5일 국민일보에도 ‘한국교회에 띄우는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
2007년 12월 7일 오후, 아내와 함께 읍내 시장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기름이 새는지 살펴봤으나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왔지만 기름 냄새는 여전했습니다. 머리가 아팠고 구토 증상까지 있었습니다. 영문을 알지 못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기름 냄새의 원인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다가 시커멓게 기름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파도가 거셌는데 기름 탓에 바다의 물결은 미약하게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썰물 때가 돼 장화를 신고 바다에 들어가니 다리에 기름이 잔뜩 묻었습니다. 기름의 양은 양동이로 퍼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사고 발생 사흘째 되던 날부터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봉사자가 몰려왔습니다. 바닷가에 있던 교회들은 저마다 각 교단을 대표하는 ‘본부’가 돼 봉사자의 기름 제거 작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낙후된 우리 마을은 봉사자들의 관심 밖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희망연대 관계자들이 우리 교회에 본부를 차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새벽이면 교회 버스 서너 대가 와 있었습니다. 멀리서 밤새 태안으로 달려온 버스들이었습니다. 저는 봉사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커피나 간식을 나눠줬습니다. 그리고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다 같이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죄악을 용서해 달라고.
1개월 뒤엔 한국교회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교회가 하나가 돼 질서 있게 방제 작업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름도, 빛도 남길 수 없는 작업인데도 매일 성도 2000~3000명이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약 80만명이 바닷가에 흩어져 기름을 닦았습니다.
지금 태안 바닷가는 어디가 피해 지역이었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깨끗한 상태가 됐습니다. 지나고 보니 시작도 진행도 마무리도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당시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보고 주민들은 제게 묻곤 했습니다. ‘한국교회’라는 곳이 어떤 곳이기에 매일 이렇게 수천명의 교인을 보내주냐고.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교회는 하나입니다.”
당시 한국교회의 섬김과 나눔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교회의 참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국교회 모든 성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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