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모펫 선교사·서울의 풍경이 알알이

한국 이름 ‘마포 삼열’(또는 마삼열)로 잘 알려진 새뮤얼 A 모펫(1864~1939) 선교사는 평양을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그는 미국 북장로교의 파송 선교사로 1893년 평양에 첫 번째 교회인 ‘널다리골교회’를 세웠다. 영적 부흥이 일어나 성도가 1000여명에 달하자 장대현에 교회를 건축했다. ‘ㄱ자 교회’로 유명한 장대현교회는 해방 후 북한이 강제로 교회를 폐쇄할 때까지 서북 지역의 대표 교회로 성장했다. 조선인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는 한국 음식도 즐겨 먹었다. 조선인들은 그를 “마포 목사님”이라 부르며 아버지처럼 따랐다.

100년 전 조선인과 동고동락한 모펫 선교사와 그의 가족들, 동료 선교사들의 생활상과 근대기 서울 풍경 등이 담긴 자료가 공개됐다. 선교사들이 본 서울 풍경과 의료·교육 선교 활동, 여가 생활 등 선교사의 생활상이 다채롭게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술총서 18-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를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박물관은 2010년부터 해외에 있는 서울학 관련 미공개 자료를 발굴·수집해 이를 학술총서로 발간하고 있다.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 2차 사업의 결과물이다.

책은 미국 프린스턴신학교가 소장한 ‘모펫 한국 컬렉션’ 사진 4460건 가운데 163건을 엄선해 구성했다. 모펫 한국 컬렉션은 모펫 선교사와 그의 가족, 동료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수집·작성한 자료들이다. 그의 아들 새뮤얼 H 모펫(1916~2015) 부부가 1997년부터 프린스턴신학교에 기증해 2005년 컬렉션이 완성됐다.


주제는 ‘서울 풍경’ ‘학교·교회·선교사 사택’ ‘병원·의학교’ ‘서울 생활’ 총 4개로 나뉜다. 1885년부터 입국한 초기 선교사들은 조선의 수도 한양의 전통적 공간부터 대한제국의 수립, 도시 개조사업으로 변화되기 시작한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했다.

여성 선교사와 선교사 2세들의 사진도 소개됐다. 남녀의 지위와 역할 구분이 뚜렷했던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선교 활동은 중요한 부분이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민족해방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암살 미수사건을 조작해 105명의 독립운동가를 교도소에 가둔 사건의 공판 과정이 담긴 사진도 공개됐다.

김용석 관장은 “선교사들에게 서울은 자신의 믿음을 전하는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었다”며 “당시 그들이 본 서울 풍경과 서울에서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서울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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