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예견된 ‘윗선 무혐의’ 이태원 수사 결과

특수본 74일 수사에도
책임소재 규명에 한계
檢 보강수사 중요해져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74일간에 걸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윗선 무혐의란 초라한 결과를 내놓은 채 마무리됐다. 특수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참사 원인에 대해선 “사고 현장에서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로 걷기 어려운 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고 이후 연쇄적으로 넘어진 데 따른 압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책임 소재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를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예방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로 규정했다. 그런데 정작 재난안전관리 주관기관의 장들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하거나 입건 전 수사 종결했다. 재난안전법상 다중 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있지 않아 참사를 예견하고 막을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처음 맞이한 핼러윈 기간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충분히 예상됐다. 또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등은 안전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보고 받고 인지했기에 총괄 기관장들도 위험에 대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면죄부를 줬다. 158명이 숨진 대형 참사에서 상급기관은 책임에서 빠지고 하급기관 실무 관계자들만 처벌받게 된 점을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 꼬리자르기 수사란 지적을 받아도 할 말 없게 됐다.

특수본은 행안부 책임론이 불거지자 뒤늦게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이 장관 집무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이 장관에 대한 소환 통보도 없었다. 서울시도 실무진들만 참고인 조사를 했다.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 윤 청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검찰의 보강수사가 중요해졌다. 실제 서울서부지검은 별도 팀을 꾸려 경찰 발표 전인 지난 10일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경찰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하며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내비쳤다. 희생자 유가족들과 국민들이 미비하다고 보는 ‘윗선’의 책임 여부, 참사 사전 대비 및 사후 수습의 적절성 등을 제대로 따져야 한다. 또 재난 예방의 책임 소재를 다루는 법령에 허점이 있다면 속히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