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아 방과후 수업과 돌봄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체계를 2025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정규 수업시간 이후에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초등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구상이다.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일시 돌봄’ ‘아침 돌봄’ 등으로 돌봄 서비스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9일 이런 내용의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늘봄학교란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교육·돌봄 통합서비스를 말한다.
교육부는 이달 중 교육청 4곳을 선정해 초등학교 200곳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시범학교 운영을 통해 보완점을 찾아내고 성공 케이스를 분석해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교육청 7~8곳으로 확대하고 2025년 전면 도입한다.
교육부는 두 가지 정책 지향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학생과 학부모가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보통 방과후부터 오후 5시까지 제공되던 돌봄 프로그램이 오전 7~9시 아침 돌봄, 오후 8시까지 저녁 돌봄 등으로 대폭 확대된다. 학생들이 최장 13시간 동안 학교 울타리에 머무르는 것이다. 또 긴급하게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위한 ‘일시 돌봄’ 서비스를 도입한다. 일시 돌봄은 전날까지 사전 신청을 받아 당일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저녁 돌봄 학생에겐 석·간식(도시락 등)이 제공된다.
취학 직후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 해법도 내놨다. 통상 초등 1학년은 입학 직후 어린이집·유치원보다 이른 낮 12시20분쯤 하교한다. 맞벌이 부부에겐 곤혹스러운 일이다. 교육부는 ‘초1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추진해 희망 학생에게 놀이 체육, 보드게임 등 놀이·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다.
두 번째 목표는 방과후 학교 내실화다. 방과후 프로그램의 질은 학교나 강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인기 프로그램은 경쟁이 치열하고,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은 학생을 방치하는 수준이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였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코딩, 빅데이터, 드론 등 미래사회에서 수요가 높은 신산업 분야 수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양질의 수업을 위해 대학과 민간기업, 단체, 개인 등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학교 현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먼저 지역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도시에선 우수 강사를 구하기 쉽지만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다. 대도시 학부모는 늘봄학교와 사교육이란 선택지가 있지만, 교육 소외지역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20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해본 뒤 해법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해법은 없는 상태다.
학교와 교사의 업무가 늘어나는 부분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나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 가정돌봄과 조화를 이루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