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이 열리고 있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는 ‘메타버스’ 기업들의 개성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메타버스를 둘러싼 관심과 수요는 빠르게 줄고 있다.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CES 참가 기업들은 메타버스가 활약할 세부 영역을 콕 집어 선보였다. 메타버스 자체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들이 선보인 기술의 핵심은 디지털 트윈, 콘텐츠화, 감각화로 압축된다.
롯데정보통신은 자회사 캘리버스를 통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공연을 보고 실제 쇼핑까지 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계단형 의자에 앉은 관람객들은 VR기기를 쓰고 허공을 향해 손짓하며 메타버스 공간을 돌아다녔다. 메타버스 공간은 ‘실감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현실처럼 정교하게 구현됐다.
롯데그룹은 메타버스의 미래를 ‘현실과 메타버스 내에서의 공동 상거래’로 정의했다. 올해 연말까지 여의도의 8배 이상 규모의 메타버스 쇼핑센터를 세우고 현실 쇼핑과 연결할 예정이다. MCM, 록시땅, 아크메드라비, LVMH코스메틱 등 패션·화장품 브랜드가 롯데의 메타버스 쇼핑센터에 참가하기로 했다.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국민일보와 만나 “메타버스에서 구매한 물건이 현실세계에 배송되고, 메타버스에서 추가적인 콘텐츠로 활용되는 것처럼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는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윈도 한 축이다. 전 세계 많은 기업이 산업 현장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해 사람 대신 작업을 하거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의 ‘메타뷰’는 메타버스에서 경남 창원시 전체를 3D로 조성했다. 화면을 클릭하면 창원시청 건물 안에 들어가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배관이나 선로까지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할 경우 안전 관리에 용이할 듯했다.
콘텐츠 확장성에 주목한 기업도 있다. 소니는 7개의 스캐너 안에 서 있으면 10여초 만에 가상공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쌍둥이를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다. 움직이면 메타버스의 아바타도 같이 움직였다. 캐논은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노크 앳 더 캐빈’을 디지털 인터랙티브 무비로 만들어 내놓았다. 헤드셋을 쓰면 영화 속 실제 오두막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메타버스 세트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감각화로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같은 느낌을 주는 기술도 주요 주제다. 미국 기업 햅트X는 촉감을 구현한 VR 장갑을 공개했다. 물체의 재질에 따라 촉감이 달라진다. 실제 감각을 메타버스에서 느끼도록 했다. 미국 스타트업 OVR테크놀로지는 웨어러블 장치 ‘아이온(ION)’으로 메타버스에서 후각을 구현했다. 향기 카트리지를 장착한 VR 장치에서 다양한 장소의 향기를 뿜어냈다.
라스베이거스=전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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