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거미처럼 벽과 천장을 네 발로 민첩하게 다니는 로봇(사진)이 개발됐다. 건설 현장이나 대형 철제 구조물의 위험한 작업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은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철로 된 벽·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사족 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기존 벽을 오르는 등반 로봇은 바퀴나 무한궤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느리고 움직임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전자기력을 빠르게 끄고 켤 수 있는 ‘영전자석’과 고무 같은 탄성체에 철가루 같은 자기응답인자를 섞은 자기유변탄성체를 활용해 강력한 접착력을 가진 로봇 발바닥을 만들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로봇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12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로봇은 초속 70㎝로 벽을 등반하고 초속 50㎝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움직일 수 있다. 페인트와 먼지·녹으로 오염된 물탱크 표면에서도 초속 35㎝ 속도로 올라가다 5㎝ 높이의 돌출 장애물도 무난하게 극복했다. 보행형 등반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의 속도라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배와 교량, 송전탑, 송유관,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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