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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덕수 총리의 부적절한 ‘이태원’ 발언

극단적 선택 고교생에
“굳건했으면”… 논란
생존자에 개인 탓 말길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생존자 중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에 대해 “굳건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을 하루 앞두고 나온 한 총리의 발언은 부적절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10대의 비극을 개인 탓으로 돌린 것으로 비쳐졌다.

한 총리는 15일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부실한 트라우마 치료가 10대 생존자의 극단적 선택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도 “본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치료가 적절했는지 알아보기 전에 당사자의 ‘굳건함’ 부족을 먼저 탓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사상자 354명 중 부상자가 196명이다. 이들은 여전히 우울증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친구 2명을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학생도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에 심리적 고통이 더욱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고위험군이다. 공황발작, 악몽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차 가해가 더해지면 또다른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진단한 것처럼 심리적 방역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극도의 PTSD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본인의 의지력 부족을 탓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생존자들도 오랫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제 겨우 50일밖에 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생존자들과 유족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만큼 이들에게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대한불교조계종,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등 7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16일 서울 이태원광장에서 합동추모식을 열었다. 유족들과 생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 모든 종교 단체가 마음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태 참사의 원인도, 책임 소재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는 조사기간(45일)의 절반이 지나도록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와 국회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 총리의 발언은 생존자들과 유족들의 마음을 후벼파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유족을 포함, 생존자 전원에 대한 트라우마 치료를 강화하고 정기적인 진단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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