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신구 황제의 마지막 대결

고세욱 논설위원


마이클 조던은 1991년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창단 첫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시켰다. 상대는 당대 최고스타 매직 존슨이 이끄는 11차례 우승의 명문 구단 LA 레이커스. 당시 조던에 대해 농구계는 “득점왕만 하고 우승은 못한다”고 깎아 내렸다. 조던은 이런 시선을 지워버리고 존슨의 반열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불스가 4승 1패로 첫 우승을 맛본다. 조던은 파이널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존슨은 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다. 91년 챔피언 결정전은 NBA 신구 황제의 마지막 대결이자 교체 무대였다.

지난 9월 은퇴한 로저 페더러는 테니스계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린다. 237주 연속 세계 1위, 메이저 대회 최다 승리(369승) 등 수많은 기록 제조기였다. 그가 본격 이름을 알린 것은 90년대 테니스 황제 피트 샘프라스(미국)와의 맞대결에서다. 페더러는 20세이던 2001년 윔블던 16강에서 샘프라스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붙었다. 세트스코어 3대 2 승리. 페더러는 훗날 “샘프라스를 꺾은 것이 테니스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샘프라스는 이듬해 말 코트를 떠났고 이후 페더러 시대가 펼쳐졌다.

카타르월드컵 결승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의 맞대결로 요약된다. 메시는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최다 7차례 거머쥐며 21세기 축구 황제로 군림했지만 월드컵 우승트로피가 없는 게 유일한 흠이다. 메시가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기에 2% 부족한 이유다. 메시는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 공언하며 우승 열망을 감추지 않는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음바페는 이번 월드컵에서 5골로 메시와 득점 공동 선두다.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스피드가 인상적인 차세대 축구 황제 1순위다. 메시가 지존의 타이틀을 얻으며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출지, 음바페가 이를 막고 신황제의 등극을 세상에 선포할지 하루 뒤면 알게 된다. 신구 황제의 마지막 대결이라는 역사가 축구에도 쓰여지는 순간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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