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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집한 주택가에 선물처럼 자리, 담장·대문 없는 ‘도시형 작은 교회’

[건축주 하나님을 만나다] <17> 인천 늘푸른광은교회

인천 늘푸른광은교회는 지역사회를 섬기고 외부에 열린 공동체가 되기 위해 담장이나 대문, 십자가탑이 없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담장도, 대문도 없다. 노출콘크리트의 단층 건물 지붕이 우측으로 뻗어 나가며 필로티 구조물처럼 바로 옆 적벽돌 건물과 연결된다. 필로티 구조물을 통해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은 터널이 됐다. 터널 너머 햇볕을 받은 잔디는 수줍게 고개를 내밀며 외부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교단 소속의 인천시 서구 늘푸른광은교회(최동훈 목사)의 이 특별한 공간을 BoH건축 오종상 소장은 “건물의 중심, 중정”이라고 소개했다.

1층의 모든 창문은 중정을 향해 있어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준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오 소장은 “도로 전면 법적 주차공간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중심에 모았다. 크게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중정은 묘한 신비감을 준다”며 “건물의 모든 창문은 중정을 향해 열려 마당이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다세대 주택이 몰려 있는 골목 안 광은교회는 250평(826.45㎡) 대지에 ‘ㄷ’자를 반대로 뒤집은 형태로 세워졌다. 엄밀히 말하면 ‘ㅡ’자형과 ‘ㄱ’자형 두 개의 작은 건물이 연결돼 뒤집은 ‘ㄷ’자를 만들었다. 앞쪽 ‘ㅡ’자형 건물은 교회로 들어서기 전에 만난다. 담임목사실과 사역자실이 있는 1층 전면 건물이다.


최 목사는 “작은 교회라 (제가) 사찰을 겸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교회를 구경하면 슬쩍 나가 목사라고 밝히지 않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ㅡ’자형 전면건물과 바로 옆 ‘ㄱ’자형 건물이 필로티 구조물로 연결되면서 출입구는 터널이 됐다. 외부에서도 터널을 통해 중정이 보인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터널을 지나면 전면 건물을 제외한 ‘ㄱ’자형 건물이 나온다. 전면 건물이 노출 콘크리트라면 ‘ㄱ’자 건물은 적벽돌이다. 세로선에는 식당과 미팅 공간이 있다. 교회에서 유일하게 뒤쪽 가로선만 2층이다. 1층은 유초등부 주일학교와 중고등부 새신자방 등이 있고 2층엔 예배당이 있다.

오 소장은 “건물의 배치는 건축의 방향을 정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대지를 꽉 채워야 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빈 공간을 많이 둘 수 있으면 이웃과의 관계, 도시를 향한 자세 등 경우의 수는 늘어나고 조망과 채광 등 선택의 여지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 때문에 교회는 기대하지 않던 선물을 받은 느낌도 준다. 오 소장은 교회 주변을 이렇게 표현했다. “교회 부지는 앞 뒤 오른쪽 왼쪽까지 사방으로 다세대 주택에 욱여쌈을 당한 형국이다. 경계까지 바짝 붙은 똑같은 높이, 다양한 형태, 다양한 재료의 다세대 주택들은 하나도 닮지 않으면서도 닮아 있다.”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교회 안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도 담았다. 최 목사는 “고도 제한에 맞춰 3층까지 지을 수 있는데, 거대해 보일 필요가 없어 예배당이 있는 뒤쪽만 2층까지 올렸다”고 했다.

십자가도 달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400평 종교부지엔 광은교회가 들어서기 전 이미 다른 교회가 있었다. 나머지 종교부지는 10년 넘게 방치됐다. 최 목사는 “이단 등이 들어올 수 있어 우리가 들어오기로 했다”며 “다만 바로 옆 교회와 경쟁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십자가를 달지 않기로 했다. 관계도 좋아 서로 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밀집한 주택가에서 십자가 조명은 주민들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예배당은 온전히 예배에 집중하도록 했고 장의자 길이를 줄여 공간의 활용을 높였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1층이 중정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면 2층 예배당은 자연광이 스며들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모차와 휠체어를 타고 예배당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장의자도 눈길을 끈다. 50평의 작다면 작은 예배당엔 보통 장의자를 3개 분단으로 놓는다. 그런데 광은교회는 4개 분단을 만들기 위해 의자의 길이를 줄였다.

최 목사는 “벽 쪽의 구석은 죽는 공간이 될 수 있는데 2~3명 정도 앉을 수 있어 그게 사라졌고 사람들의 동선도 편리해졌다”면서 “짝수니 두 개씩 나눠 가운데 공간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주민들의 스몰웨딩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가건물로 시작한 최동훈 목사는 교회가 선교와 구제를 위한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처럼 교회가 지역 안에 선물처럼 자리할 수 있었던 건 상가에서 시작한 경험 덕이 크다. 14년간 부목사로 사역한 최 목사는 2014년 4월 상가건물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최 목사는 “4층 통창에 햇살이 잘 들어와 바로 계약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우리 가족 5명만 예배했다”고 회고했다. 그제야 동네를 둘러봤다. 아파트 상가가 아닌 데다 동네 자체도 작아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3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건물 앞에서 출퇴근 시간 사람들에게 전도지와 삶은 달걀, 요구르트를 전달했다. 최 목사는 “석 달 됐을 때 한 분이 오셨다”고 말했다.

수천 장의 전도지를 돌리고도 단 한명만 왔지만 지금도 최 목사는 동료 목회자들에게 전도지의 중요성을 말한다. 놀랍게도 전도지를 보고 온 단 한 명의 성도를 통해 10여명이 함께 예배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의 교회 강도사와의 인연도 상가에 교회가 있기에 가능했다.

최 목사는 “당시 강도사는 안수집사였는데 이동하던 중 아이가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으면서 상가건물에 있는 우리 교회 화장실에 왔다”고 말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간 사이 강도사는 교회에 붙여놓은 목회 철학을 읽었다. ‘재정 30%는 선교구제’ ‘절기 헌금은 100% 외부 구제’였다. 목회 철학에 공감한 강도사는 그날부터 성도가 됐다.

그렇게 2년이 지나 교인수는 100여명으로 늘었고 상가교회 공간은 비좁아졌다. 재정을 고려해 건축보다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는 걸 고민했다. 최 목사는 “최소 150평 공간이 필요했는데 임대료나 관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인근 종교부지였다”고 전했다.

규모가 작고, 골목 구석에 있어 10년 넘게 방치된 부지는 상가 임대료 월세보다 저렴한 이자로도 매입이 가능했다. 최 목사를 비롯해 5명의 건축위원이 부지 비용을 마련했다. 최 목사는 살고 있던 집까지 내놨다. 2017년 8월 계약해 같은 해 12월 잔금을 치렀지만 건축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신 예쁘게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최 목사가 예쁘다고 하는 건 교회에 오는 이들이 마음의 평안을 느끼는 걸 의미했다.

늘푸른광은교회는 작은 대지에도 건물 가운데 중정을 둬 여백을 통한 평안을 주는 ‘도시형 소형교회’다. 사진은 교회 도면. BoH건축 제공

건축가를 찾을 때 인터넷 검색어도 ‘작은 교회’ ‘예쁜 교회’였다. 그렇게 찾은 사진이 오 소장이 지은 교회였다. 무작정 인터넷 속 교회를 찾았고 오 소장과 만나 2019년 8월 착공, 2020년 2월 건축을 완료했다. 오 소장은 “광은교회는 250평 정도 대지에 건폐율 38%만 채우고 계획이 진행됐다. 건축주의 가벼운 주머니는 건축가에게 고마운 상황이 된 셈”이라고 떠올렸다. 그리고 광은교회를 ‘도시형 소형교회’라고 정의했다.

인터넷으로 광은교회를 보고 찾아온 목회자들에게 최 목사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성도를 설득하지 말라는 것이다. 최 목사는 “성도들이 불편해서 먼저 건축하자고 얘기할 때까지 목사는 기다려야 한다”면서 “상가건물에서 예배한 지 2년 지나니 ‘이사 가야겠다’는 성도들 얘기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대신 오 소장이 건축한 교회를 방문할 때는 성도들과 함께 찾아갔다. 최 목사는 “교회 건축을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었다. 주일이면 교회를 보고 온 성도들이 ‘너무 좋다’며 이야기를 쏟아냈다”고 말했다.

덕분에 건축 과정에서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다툼은 물론 이탈한 성도도 없었다. 교회 공간에 광은교회가 담으려는 건 상가건물에서 세웠던 ‘재정 30%는 선교구제’ ‘절기 헌금은 100% 외부 구제’ 등 목회 철학이다. 성도가 150명 넘으면 분립개척을 해 주는 목표도 있다.

그리고 교회 입구 게시판엔 예배 시간 안내와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늘푸른광은교회는 하나님나라 복음을 전수하는 공동체다… 공동체는 교회가 조직이나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유기적인 몸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인천=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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