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통상시장은 ‘정글’이 된 지 오래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조정기능은 약화됐고, 각국은 자국 이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와 사상 처음으로 디지털동반자협정(DPA)을 맺으며 디지털 통상 네트워크 구축에 첫발을 뗐다. 한·싱 DPA 체결로 국내 기업의 아세안 시장 진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관련 규제 완화와 더불어 국내 디지털 기업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22일 서울 소공동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한국·싱가포르 DPA 정식서명 계기 지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한·싱 DPA 타결을 선언한 뒤, 심의 절차 등을 거쳐 전날 DPA에 공식 서명했다. 정대진 산업부 통상차관보·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싱 DPA 체결의 배경과 기대 효과, 향후 디지털 통상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DPA는 기존 상품·서비스 중심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담을 수 없는 디지털 경제 분야 협력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산업부는 한·싱 DPA가 향후 한국이 확장해 나갈 디지털 통상 네트워크의 모델이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최초 복수국간 디지털 무역협정인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과 비슷한 내용”이라며 “한국이 싱가포르와 함께 디지털 통상 규범 형성에 있어서 선두 그룹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11위 교역 상대국이자, 아세안에서 가장 앞서 있는 디지털 허브 국가다. 정 차관보는 “한류 콘텐츠·화장품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반영하는 협상을 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무관세 영구화, 디지털 제품 비차별 의무화 등 전자상거래 활성화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한·싱 DPA 체결로 국내 중소·강소기업의 아세안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무역과정 전자화, 통관절차 간소화로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혁신 기술·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인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활동 기반을 넓혀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관련 규제 완화를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박 회장은 “국내 규제가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고, 자꾸만 (강도가) 높아져 가는 상황”이라며 “국가 경제적으로 큰 그림을 가지고 플랫폼을 키워야 전체 디지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 기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국내 디지털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무역장벽 등 애로 요인을 잘 파악하고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통상에는 사이버 안보, 개인정보 보호 등 비(非)통상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산업부가 다른 부처의 지식과 전문성을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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