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숨진 20대 노동자의 죽음은 숱한 산업재해 사망 사고들의 연속선에 놓여 있다. 끼임 사고는 기계 작동만 멈춰도 막을 수 있는 ‘후진국형 사고’로 꼽히지만 매년 100명 안팎이 목숨을 잃는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끼임 사고 사망자는 95명으로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11.5%였다. 351명을 기록한 ‘떨어짐’ 사망자(37.2%)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형이다.
끼임 사고 사망자는 2017년 102명, 2018년 113명, 2019년 106명, 2020년 98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끼임 사고는 2020년 29.9%(60명), 지난해 31.5%(58명)로 사망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정부는 끼임 사고를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로 분류하지만 ‘기본’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끼임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시설 설비에 대한 안전규정이 없다는 것을 첫손에 꼽는다. 유재원 한국공인노무사회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기계나 기구에 끼임 예방장치 설치를 강제하는 조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사람에 대한 주의의무만 있을 뿐 시설 설비에 대한 안전의무 규정이 까다롭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SPL 공장의 경우도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 9개 중 7개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었다. 김광일 산업안전보건본부 본부장은 “인터록만 있어도 끼임 사고는 아예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호 파리바게뜨공동행동 간사는 “(SPL 같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설비 능력을 갖춘 베이커리 생산공장에서도 끼임 사고가 났는데, 영세한 다른 현장에서는 훨씬 더 노후화된 기계와 열악한 안전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뒤에야 안전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스템도 한계로 지적된다. 직장갑질119 최혜인 노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경각심을 갖고 회사가 스스로 안전보건에 신경을 쓰도록 유도하려는 거였는데, 현장에선 여전히 사고가 나고 있다”며 “처벌법으로도 예방이 되지 않는다면 예방조치가 이뤄졌는지 일일이 다 감독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조치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 사고는 안전 기준이 있는데도 현장에서 준수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벌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조직문화나 현장 분위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4년이 넘었지만 또 국가와 기업이 젊은 청년의 안전을 방치했다”며 “위험한 일에 내몰린 어린 노동자들은 말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김용현 신지호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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