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2일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을 뒤집고 거래 재개를 의결했다. 2020년 5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지 2년5개월 만이다. 전체 주주의 99.9%를 차지하는 16만여명의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거래가 재개됐다는 안도감이 터져나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신라젠이 경영 개선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 거래가 재개될 확률이 높다고 평가해왔던 만큼 ‘예상됐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신라젠 거래재개를 결정했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달 8일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등 관련 서류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신라젠의 거래정지는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이 횡령, 배임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며 신라젠의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같은 해 6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고, 올해 1월에는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났다. 2월에 열린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6개월 개선 기간을 부여받아 이날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가 거래 재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던 만큼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신라젠이 R&D 연구인력을 20명으로 늘리고 R&D 부문 CMO(임상 책임자)를 채용하는 등 인력보강에 나섰고, 기술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실질적인 경영개선 노력을 보였다는 이유다. 가장 핵심적으로 요구됐던 ‘단일 파이프라인 탈피’ 과제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로부터 항암제 일종인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후보물질 ‘BAL0891’을 도입함으로써 이행했다. 또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연구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 요소로 전해졌다.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한 대표적인 ‘개미주’였던 만큼 거래정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주주 16만5487명 중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수가 16만5483명으로, 비율로 보면 99.9%에 달한다. 주식 수로 봐도 1억300여만주 가운데 6800여만주(66.1%)가 개미 몫이다.
거래재개 전망이 우세하긴 했지만 개미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거래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속단할 수 없었던 탓이다. 상장폐지 권고가 내려지면 신라젠은 이의신청을 통해 마지막 심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신라젠이 두 차례 부여된 개선 기간 동안 보인 노력에도 상장폐지 기조가 유지됐다면 더 이상 거래소의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모인 신라젠 주주연합의 이성호 대표는 “그간 거래정지로 인한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고통이 막심했다”며 “이제라도 거래재개 결정이 내려져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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