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모두 ‘장로교’?… 어디든 있는 장로 직분 왜

Է:2022-09-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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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하 교수 학술지에 논문
서양 선교사들 계급적 태도 탓
한국인 유교적 서열의식도 한몫


정근하 루터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교회는 장로교화(化)됐다.” 실제로 한국교회의 거의 모든 교단은 ‘장로’라는 직분을 두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정 교수는 최근 학술지 ‘재외한인연구’에 기재한 논문 ‘초기 서양 선교사들의 계급적 태도와 한국 기독교의 장로교화’를 통해 그 답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교회에 사실상 평신도 최고 계급 성격을 띤 장로 직분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두 갈래로 분석했다. 첫째는 서양 선교사들의 태도다. 선교사 상당수는 조선인을 서양인과 동등하게 여기지 않았다. 고국에서 가져온 옷을 입었고 어떤 선교사는 휴가 기간이면 미국에서 각종 생필품을 대거 가져와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름을 가시화”했다.

이런 분위기는 종교개혁을 통해 자리 잡은 만인제사장의 개념이 한국교회에 안착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정 교수는 “한국 사람들은 그들(선교사들)을 하나님이 택하여 보내주신 거룩하고 신성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됐다”면서 “선교사들이 교회 치리권을 독점하며 평신도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교회는 점차 선교사, 교역자, 평신도라는 계급적 구분이 생겨났다”고 적었다.

선교사들의 이런 계급적 태도에 한국인 특유의 ‘유교적 서열의식’이 포개지면서 장로는 한국교회 어딜 가든 존재하는 직분이 됐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교회에서 장로 직분이 지닌 의미를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사례가 침례교단이다. 침례교는 회중에 의해 목사가 선택될 정도로 모든 성도가 ‘평등한 조건’을 가진 교단으로 과거엔 장로 직분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 교수가 인터뷰한 50대 목회자 A씨는 이렇게 말한다.

“침례교는 안수집사가 장로급인데 직함은 안수집사거든요. (지역교회 공동 회의 등에) 안수집사가 회의에 나오니까 (다른 교단 소속) 장로들이 급이 다르다고 회의에 불참하는 일들이 벌어져 침례교도 별수 없이 장로제도를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한국은 급이 맞아야 하거든요.”

이런 특성 탓에 해외 한인교회도 교단을 초월해 대부분 장로 제도를 운영한다. 장로 제도는 “현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지위 문제를 직분을 통해 보상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정 교수의 분석이다. 가령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교회에 출석하는 70대 장로 B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서 좋은 대학 나왔어도 미국에서는 밑바닥 생활을 해야 하니 참 마음이 어렵더라고.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받으니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느낌이 들더라. 장로직 인정 안 해줬으면 참 힘들었을 거야. 사람은 명예욕이 참 크다는 것을 알았어.”

정 교수는 이 같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기독교 조직은 감독제, 회중제, 장로제 중 어떤 치리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각 교파가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그 일반성이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장로를 모든 교파가 받아들인 이유는 한국 특유의 유교적 가치관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의 직분 제도를 비판하기 위해 쓴 논문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은 오랫동안 신분제 사회에서 살았고, 근대화와 함께 신분제는 타파됐으나 교회에는 (계급적 성격을 띠는) 직분제가 존재했다”며 “이것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특유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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