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가 신청한 ‘성별 정정 신청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22일 심리하기로 하자 동성애 반대 시민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내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성별 정정에 관한 법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이 이를 허가한다면 사법부의 입법 행위가 될 수 있고, 양성을 전제로 하는 헌법 질서에도 명백히 위반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사실상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인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표기된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달라며 법원에 낸 ‘등록부정정’에 관한 재항고 사건을 지난 7월 전원합의체에 부쳤다. 쟁점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할 수 있는지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동반연),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 복음법률가회, 복음언론인회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은 기존 판례를 폐기하고 변경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또 “성별 정정에 관한 명시적인 입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성별 정정을 심리하기로 한 대법원 결정은 사실상 입법작용에 해당한다”며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헌법 제36조에 반하는 위헌적 입법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성전환자가 결혼한 상태거나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모의 성별 정정이 미성년 자녀에게 정신적 혼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동성애 반대 시민단체는 그동안 동성혼 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있었던 만큼 대법원이 과거 판례를 다시 들여다보려는 게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법원의 달라진 움직임은 2013년부터 일부 하급심 법원에서 성전환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판결이 나온 데서 비롯됐다. 그동안 대법원은 예규 등을 통해 성전환 수술을 성별 정정 허가의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지만 2020년 ‘외부 성기 형성 조사’ 규정 등의 예규를 필수가 아닌 임의사항으로 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이는 출생 당시 성을 기준으로 이뤄져 있는 가족관계, 병역제도 등 성별을 준별하는 법체계의 혼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을 현출시켜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A씨 자녀의 인권 침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성전환해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A씨는 2012년생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단체는 “미성년자가 겪게 될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성장 과정은 물론 성인이 돼서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며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어린 자녀들의 인생 전체를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밝혔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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