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이원석이 마주할 위기와 기회

Է:2022-08-30 04:07
:2022-08-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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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사회부장


우여곡절 끝에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선택됐다. 예상됐던 결과지만 계획했던 인사는 아닐 수 있다. 검찰총장 자리가 공석인 채로 몇 달이 지나자 시중에선 현직 간부보다 검찰 외부에서 후보를 물색했지만, 대상 인사가 고사하거나 검증에서 문제가 발견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쥐고 있으니 총장 인선에 느긋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어찌 됐건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낙점했고, 특별한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은 이 후보자가 될 것이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면 대통령과의 사적 거리가 역대 가장 가까운 검찰 수장이 된다. 윤 대통령은 1년여 전까지 이 후보자가 믿고 따르던 ‘총장님’ 아니었던가. 그런데 이는 이 후보자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짐이자 족쇄가 될 수 있다. 벌써 야당은 대통령-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이란 ‘검찰 친정 체제’가 완성됐다고 비판한다. 국민으로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쉽지 않겠다’는 의심을 품기 쉽다. 달갑지 않을 ‘정권=검찰’ 프레임은 이 후보자 임기 내내 위협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그의 행보, 검찰이 행하는 모든 수사가 정치적 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수록 이 후보자는 검찰이 순리대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수사를 하는 것보다 마땅히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의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지난 정권 때 이런 양상이 보였다. 되돌아보면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총장의 손발이 묶이고 친정권 성향의 검사들에게 총장이 포위된 뒤로 검찰이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내놓은 적이 있었던가. 지난 정부가 그 이전 정권과 달리 매서운 칼바람 없는 평온한 후반기를 보낸 건, 도덕적으로 우월한 집단이라서기 보다는 검찰이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은 영향이 더 크지 않았을까. 그러니 전 정권 실세 그룹을 향하는 지금의 수사가 지난 정부 시절 방치됐던 비리 의혹 규명을 이제 와 하는 것이라는 검찰 설명도 일리가 없지 않다.

다만 이런 성격의 수사는 정치 보복이라는 반발과 비판을 부르기 십상이다. 한 발만 삐끗하면 앞으로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한다 해도 불신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후보자는 객관적 증거와 진술이 가리키는 대로 수사가 흘러가도록 물길 역할을 해야 한다.

수사의 잣대는 현 정권에도 동일하게 혹은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차분하게’ 비리의 씨앗을 찾아내고 싹이 튼 부패는 단호히 도려내는 국가 사정 기능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에서도 정상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을 향해 일 정치 풍파를 ‘강인하게’ 막아주는 일도 이 후보자의 책무다.

가장 경계할 점은 윤 대통령에게 기대 검찰 힘을 유지, 확대하려는 생각이다. 검찰과 권력 간 거리가 가장 밀접한 지금이야 말로 검찰과 정권, 그 오랜 내연의 고리를 끊는 적기일 수 있다. 그것이 신임 총장과 검찰이 살고, 윤 대통령이 사는 길이기도 하다.

“Be calm and strong(차분하고 강인하라).”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12월 정부·여당의 ‘몰아내기’ 압박이 거셀 때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에 이런 문구를 올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를 잡으며 사투를 벌이던 노인이 스스로 격려하며 한 말이다. ‘국민과 정권, 누구를 위해 복무할 것인가.’ 이 시험대를 마주할 이 후보자에게도 꼭 필요한 각오일 것 같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그의 후배 검사였던 검찰총장이란 관계가 역설적으로 정권과 검찰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시작이 되길.

지호일 사회부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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