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8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상원 총 100명 중 34명, 하원 435명 전원과 36개 주지사와 부지사, 46개 주의회 의원, 시장 등 주요 선출직을 뽑는다. 현재 민주당은 상원 51석(무소속 2명 및 부통령 포함), 하원 220석으로 가까스로 과반을 확보하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이를 유지한다면 후반기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주요 정책 표류 등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그래서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재선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2년 전 민주당은 대통령, 상원, 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현재는 당시와 정반대 상황이다. 7월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38%에 그쳤다. 지난해 1월 취임 당시(57%)에 비하면 19% 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이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9.1%를 찍은 뒤 지난달 8.5%로 다소 상승 폭이 둔화됐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바이든 정부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낙태권 보장과 총기 규제 강화로 기존 지지층을 결집해 중간선거를 최대한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고물가와 그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빛이 바랬다. 트럼프주의(Trumpism)로부터 미국적 가치를 회복한다는 목표는 인플레이션 앞에서 자기 모순의 굴레가 됐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인권적 언론 탄압을 강력하게 규탄했던 바이든은 국제 유가 급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으나 실제 회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을 미국답게(America is back)’를 외쳤던 바이든은 이제 미국적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인권 보호, 환경 보호, 민주주의 수호 등 전통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치솟는 물가로 불안해진 민생을 도외시할 수 없다. 그래서 나온 민주당의 반격 카드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이 법은 기후변화 대응, 의료 보장 확대, 부자 증세 등 민심을 추스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이든의 최근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7월 3.5%)과 팬데믹 이후 빠른 경제 회복은 바이든의 버팀목이다.
아이러니는 민주당이 고육책으로 내세운 IRA가 우리 전기차 수출 길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이 중단될 예정이고, 현지 공장 설립을 앞당겨도 2024년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2년 동안 대미 수출이 중단될 경우 우리 자동차산업은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산 소재 수입을 중단하고 공급망을 재정비해야 한다. 지난주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했지만 분쟁 해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얼마나 유효할지 의심스럽다.
이번 기회에 대미 통상 정보망도 재정비해야 한다. 수많은 입법을 다 챙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우리 수출에 불리한 입법은 빨리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워싱턴에 파견된 많은 기관이 사전 정보 입수에 실패했다는 점은 아쉽다. 법안 서명 이후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봐야 소용이 없고, 모든 불이익은 우리 업계가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미측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사전 협의 자리를 만들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통상마찰 여지를 줄여주기 바란다. 그리고 중간선거 이후 있을 미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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