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피라미드 상공에 태극 문양을 수놓으며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뽐냈다. 이집트 공군이 아닌 다른 나라 공군이 피라미드 상공에서 에어쇼를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이글스는 3일(현지시간) 기자의 대피라미드 인근에서 열린 ‘피라미드 에어쇼 2022’에 참가해 이집트 공군 특수비행팀 ‘실버스타즈’와 합동비행을 선보였다.
피라미드 인근은 비행 허가를 얻기가 까다로워 외국 공군의 에어쇼가 열린 적이 없다고 한다. 이집트 측이 우리 공군을 피라미드 에어쇼의 파트너로 선정한 것은 한국과의 방산 협력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에어쇼는 국산 경공격기 FA-50 등 항공기의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 공군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집트 공군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이집트 공군은 블랙이글스가 운용하는 T-50B에 전투 임무를 더한 FA-50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이번 에어쇼는 ‘K-방산’의 해외 핵심 거점을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과 이집트는 올해 초 2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FA-50의 수출 및 현지 공동 생산 방안에 대해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최대 군사 강국인 이집트는 차기 핵심 전력 확보에도 관심이 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잠재 수출국으로도 꼽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호주 캔버라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만나 양국 간 국방·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장관은 말스 부총리의 제안으로 5일 K9 자주포·K10 탄약운반 장갑차 생산공장이 들어설 질롱을 동반 방문할 예정이다. 질롱은 말스 부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로, 양측은 이 자리에서 굳건한 방산 협력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화디펜스와 1조900억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현재 한화디펜스는 ‘레드백’ 장갑차의 호주 수출을 추진 중인데, 올 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놓고 독일의 라인메탈사와 경쟁하고 있다. 호주 육군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 규모는 약 9조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이집트뿐 아니라 폴란드도 최근 FA-50과 K2 전차, K9 자주포를 도입하는 20조원 안팎의 대규모 계약을 한국과 체결했다. ‘가성비’가 뛰어난 K-방산의 경쟁력이 국제 방산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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