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메모리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굴기’에 맞서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에서다. 중국에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둔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제조사 YMTC를 포함해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장치다.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대기업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된다.
이번 규제의 핵심 타깃은 첨단 낸드 칩 장비로 알려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램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가 만드는 장비다.
로이터는 “이번 조처에 따라 128단 이상의 낸드 칩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장비의 중국 수출이 금지될 것이다. 미국이 군사용이 아닌 상업용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생산을 막기 위해 벌이는 첫 번째 수출 규제”라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아니더라도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은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입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받는 YMTC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 기업을 보호하는 게 이번 규제의 목표라고 본다. 중국이 첨단 공정과 관련 장비가 필요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대신 다소 공정 수준이 낮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점을 바이든 행정부가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6월 “YMTC는 중국 정부로부터 24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YMTC의 저가 공세로 시장에서 가격 압박을 받고 있다”라고 분석했었다.
문제는 이 규제가 중국에서 공장을 돌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도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다. 쑤저우에는 테스트·패키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미국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메모리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서 당장 큰 타격은 없다. 하지만 향후 중국에서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 로이터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치를 강행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3%로 1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일본 키옥시아가 18.9%,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이 18.0%, 웨스턴디지털이 12.5%, 마이크론이 10.9%를 나타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