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에서 사퇴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도 내려놔야 한다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헌·당규상 원내대표로서 당연직으로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은 유지한 채 직무대행에서 물러나는 것은 모순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1일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권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압박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 등으로 여권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 없고, 직무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지난 3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당헌·당규에 따라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당대표 직무대행직이 자동 승계된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까지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권 원내대표가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5선 의원은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는 사람이 지금 당에 없다”며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로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서 권한이 살아있는지도 불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 사고 상황에 국무총리가 총리직은 유지하고 직무대행은 안 하겠다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당헌·당규를 정치적 의미에서 폭넓게 해석해야 하며 당의 비상 상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사퇴하겠다고 한 것은 법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 선언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선수별 의원 간담회에서 비대위 구성 전까지 자신이 당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권 원내대표 거취 관련) 얘기는 전혀 없었다. 아무도 한마디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에선 여권 전체가 동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대통령실 인사 개편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비서실에서 최소한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며 “당대표 대행이 그만뒀는데 같은 급의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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