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전혀 오해의 소지가 없이 명확하게 이해했다”면서 “못 알아들었다고 대통령실이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신을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간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지 하루 뒤에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달랠 계획은 갖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 대표는 당대표까지 지낸 분이고 정치를 하신 분인데 전후 상황은 충분히 미뤄 짐작할 것”이라며 “특별히 이 대표도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사태 수습에 나선 대통령실을 향해 반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에 개고기)이라는 사자성어까지 사용하며 이번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 섬(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를 받아와 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이 섬(울릉도)은 모든 것이 보이는 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덧붙였다.
이 글과 관련해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자신과 대립했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이중적인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대표는 25∼27일엔 울릉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된 이후 이 대표에게 내려진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의 배후에 이른바 ‘윤심(尹心)’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윤리위 측은 “이 대표 징계 과정에 윤심은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윤리위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윤리위는 친윤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이 대표를 둘러싼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교사’ 의혹이 당의 품위를 얼마나 훼손했는지 논의했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대표의 징계 결정 과정에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윤리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유 의원은 9명의 윤리위 위원 중 한명이었을 뿐, 징계 논의를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리위 측은 징계 결정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을 경우 공식 반박 성명을 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재호 박세환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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