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한국 카투사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진 전사자 추모의 벽이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동맹의 새 상징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준공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스 오스틴 미 국방장관, 박민식 보훈처장, 존 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 이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미군 참전용사 등 3000여명이 준공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 처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추모의 벽에 미군 전사자와 한국군 카투사의 이름을 새김으로써 우리는 그들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여러분의 희생 위에 세워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준공식 참석 여부를 검토하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회복이 필요해 참석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 정전협정일 69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포고문을 내고 한·미 관계가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의 토대였다면서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7월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협정 기념일로 선포한다”며 “모든 미국인이 참전용사의 강인함과 희생, 의무감을 되새길 것을 독려한다”고 밝혔다.
추모의 벽은 ‘기억의 못’ 둘레에 높이 1m, 길이 130m 규모로 세워졌다. 벽면에는 미군 전사자 3만6634명과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군별, 계급·알파벳 순으로 각인됐다. 미국 내 참전 기념 조형물 가운데 비미국인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첫 사례다. 두께 약 72㎝, 무게 4~8t의 화강암 패널 100개가 쓰였는데, 53개에 이등병과 일병이 각인돼 있어 당시 수많은 미군·카투사 청년이 전장에서 산화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2016년 10월 7일 미 상원에서 ‘추모의 벽 건립법’이 통과됐지만 이후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건립에 드는 예산 274억원(2420만달러) 중 266억원을 보훈처가 지원했고 나머지는 건립 사업 주체인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KWVMF)과 재향군인회, 한국 기업, 국민 성금 등으로 충당했다.
한·미 양국의 노력과 각계의 지원으로 지난해 3월 추모의 벽 공사가 시작돼 이번 한국전 정전협정일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보훈처는 미군 참전용사의 희생을 한·미 국민이 함께 기림으로써 양국 국민을 잇는 가교 역할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의 소중함을 새기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영선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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