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원로인 박조준(사진) 목사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단과 결기라고 할 수 있다. 목회자로서 언제나 올곧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으며, 군부 독재 시절엔 정권의 불의에 당당히 맞선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령 박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헌법’을 제정하자 설교를 통해 이렇게 비판했다고 한다.
“사람이라는 게 약해. 권좌에 앉으니까 말하는 대로 척척 되거든. 밑에서 ‘각하’ ‘각하’ 하니까 유신을 한 것 아닌가.”
정장복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동작구 CTS 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웨이크 신학포럼에서 박 목사가 과거 내뱉은 이 발언을 소개하면서 “박 목사는 용기와 정의감을 갖춘 하나님의 종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독재자 전두환을 위해 열린 조찬기도회나, 당시 정부가 요청한 미국 방문 동행도 박 목사는 거부했고, 결국엔 정부가 조작한 외화 밀반출 사건에 휘말려 처절한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목사의 설교에는 탁월함과 담대함, 예지(叡智)가 들어있다”면서 “특히 정치와 관련된 설교는 단순히 울분을 토하는 설교가 아니었다. 대한민국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가 주최한 행사였다. WAIC가 처음 개최한 포럼인 만큼 행사에서는 이 단체의 설립자인 박 목사의 목회 인생을 평가하는 발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포럼의 주제 역시 ‘박조준 목사의 설교와 목회 신학’이었다.
정일웅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수는 박 목사의 목회 철학을 ‘갈보리 십자가의 정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인류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며 “박 목사의 목회 철학은 교회는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낳은 교회 사역의 대가(大家)이며, 한국교회의 선두에 서 있는 목회자였다”고 평했다.
이 밖에도 발표자로 나선 조성현 부산장신대 교수는 박 목사의 ‘예언자적 설교’의 가치를 조명했으며, 김열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수는 ‘우리 시대 설교자의 표상(表象), 박조준 목사님’이라는 원고를 발표했다.
WAIC는 앞으로 박 목사의 목회 철학을 연구하는 학회를 만들 계획이다. 학회를 통해 매년 포럼도 개최하기로 했다. WAIC 사무총장인 임우성 목사는 “박 목사는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올바른 목회의 길을 걸어온 목회자”라며 “후배 목회자들이 박 목사의 굳건한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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