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복합위기 속 과도한 임금 인상 자제하고 상생 지혜 모으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어제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을 만나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키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IT 기업과 대기업의 높은 임금 인상 경향에 대한 우려 속에서 나온 말이다. 평소 같으면 추 부총리의 발언은 월권이나 다름없다. 민간 기업이 성과를 내고 이를 자사 노동자와 나누는 것은 자본주의 경영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이 외환위기, 금융위기에 필적하는 ‘고물가 저성장’의 복합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때란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4%에 이어 6~8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6%대 오름세가 예고되고 있다. 7월부터는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도 오른다. 서민의 주름살이 펴질 새가 없다. 물가가 임금과 제품가를 끌어올리고 다시 물가 상승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현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결국 여유 있는 대기업이 합리적 선에서 임금 인상을 조절해야 할 때이나 현실은 딴판이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의 두 배가 넘는 16만5200원 인상과 회사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7월 1일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에서 9% 임금 인상에 합의했음에도 사무직노조 등이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등을 주장하며 사측을 고발했다. 1분기 300인 이상 대기업의 월평균 임금(694만4000원)이 1년 전보다 13.2% 올랐는데도 고임금 요구가 그치질 않고 있다. 반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원(주 40시간 기준 월 209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 16만5000개가 감소한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중소기업 사정은 심각하다. 지난해 연봉 인상을 주도한 NHN,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이 일제히 감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도 하향 전망이 우세하다. 고임금이 경쟁력을 이끌지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제 잇속만 챙기려는 태도는 위화감만 조성할 뿐이다. 대기업 노조는 지나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기업은 복지와 고용, 투자를 약속하면서 사회적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