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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대재해법 첫 기소, 엄격 적용해 안전 일터 만들어야

창원지검이 최근 경남 창원에 있는 에어컨 부품 제조사 대표 A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이 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례다. A씨가 경영하는 사업장에서는 지난 2월 직원 16명이 독성 간염에 걸렸는데 트리클로로메탄이 함유된 세척제 사용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발암성 유해 물질인데도 이 회사는 배기장치 설치, 개인보호장구 착용 등 최소한의 보건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원은 엄정한 판결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외면해 온 사업주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기대한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이 법은 사망사고와 직업병 집단 발병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최고 결정권자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지 않고는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중대 산재가 발생했다고 사업주가 반드시 형사 처벌되는 것도 아니다.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는 등 법에 정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김해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트리클로로메탄 함유 세척제 사용으로 13명이 독성 간염에 걸렸지만 이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한 사실이 확인돼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무혐의 처분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에도 약 5개월간 전국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로 259명이 숨졌다. 그런데도 재계는 산재 예방에 노력하기는커녕 중대재해처벌법의 정당성을 흔들고 국민의힘과 정부는 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지 처벌 완화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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