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장 강학근 목사) 총회가 20일 부산 고신대(총장 이병수)에서 헌법개정을 위한 첫 권역별 공청회를 열고 지난 1년 9개월여간 준비해 온 개정안을 공개했다. 한국교회 내 보수적 신앙 기조를 대표해 온 예장고신에서 교단 헌법개정이 이뤄지는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김세중(사진) 헌법개정위원장은 공청회 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원칙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적용 현장에서 공감이 안 된다면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의 영적 지도력을 강화하고 규모가 작은 교회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장벽은 낮춘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는 예배지침, 교회정치, 권징조례 분과로 나눠 각 분과장이 개정안의 수정 배경을 소개하고 질의와 제안을 받아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정위는 우선 출처와 이단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집회가 다수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교회가 성도들의 영적 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신설 조항에는 ‘다른 교회나 교파의 집회 참여는 반드시 담임목사나 당회의 허락과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성도의 결혼’ 항목에서는 신앙의 보수성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개정위는 ‘항존직에 있는 자의 자녀가 불신자와 결혼할 경우 당회가 그 직분자를 근신하게 하여 교훈으로 삼는다’는 항목과 ‘불신자와의 결혼이나 주일에 행하는 결혼식은 교회 앞에 광고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개체 교회의 변경’ 항목에서는 지속되는 ‘성도 수 감소’ 현실이 반영됐다. 개정위는 현행 ‘20인 미만’으로 정한 적용 범위를 완화해 ‘장년 교인 수가 10인 미만의 상태로 2년 경과 시 노회 결의에 따라 기도소로 변경할 수 있다’는 수정안과 함께 ‘기도소로 변경하기 어려울 때는 인근 다른 개체교회와 합병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항목을 신설했다. 미자립교회가 사역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방치하기보다는 합병을 통해 교회가 존속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권징조례 분과에서는 ‘목회 세습’에 대한 신설 조항이 제시됐다. 개정위는 제50조 목사의 청빙 항목에 ‘위임목사 또는 전임목사가 은퇴할 시, 그 자녀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또 당회원 수가 적어 재판이 불가한 교회도 노회에 협조 당회원을 요청해 재판이 가능하도록 했고, 조손가정 증가 세태를 반영해 유아세례 문답 시 부모가 없더라도 당회 허락으로 세례가 가능토록 했다.
개정위는 21일 대구삼승교회(김하연 목사), 23일 남서울교회(최성은 목사)에서 각각 공청회를 진행한 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최종안을 다음 달 총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부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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