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여사 행보 논란… 공적 관리 시스템 마련하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행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그런데 동행자 4명 중 3명이 김 여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 전·현 직원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부인이 전직 대통령 부인을 예방하는 자리에 지인들이 경호처의 경호를 받고 동행한 것이다. 비선 논란을 자초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곳 아니냐. (물건을) 들 사람이 없어서 동행한 것”이라며 별거 아닌듯이 얘기했다. 대통령이 아직도 배우자의 공적인 위치를 인식 못 한다는 것부터 심각한 문제다.

이뿐이 아니다. 권 여사 방문 때 함께한 지인 중 2명은 대통령실에 채용됐다 한다. 김 여사와의 친분으로 대통령실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때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 필라테스 강사 출신 청와대 행정관 채용, 문재인정부 때 김정숙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근무와 뭐가 다른가. 김 여사 팬클럽도 국민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김 여사가 보안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과 대통령과의 영화 관람 사진 일부가 잇따라 팬클럽 ‘건희사랑’에 먼저 게시됐다. 김 여사가 사진을 팬클럽 회장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김 여사의 공사 구분 능력이 의심될 정도다. 팬클럽 회장인 변호사는 ‘윤석열정부’를 입에 올리며 시민단체를 만들고 회비를 걷겠다고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론 정치적 반대 진영이 김 여사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 여사가 스스로 처신을 잘했다면 금세 잠잠해질 터였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대통령 부인의 활동이 도마에 자꾸 오르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제2 부속실’ 복원 여부를 포함해 김 여사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공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국민들 심정과 일치한다. 제2 부속실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뒤엎는 데 대한 부담을 느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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