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시장에서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주 기준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를 전통주로 인정하면서, 정작 국순당 ‘백세주’를 일반 주류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주류업계는 전통주 분류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수 박재범이 론칭한 ‘원소주’는 전통주로 판매되고 있다. 전통주산업법과 주세법에 따르면 전통주는 무형문화재나 식품명인이 만든 ‘민속주’, 지역 농민이 그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지역 특산주’를 지칭한다. 원소주는 농업회사법인 ‘원스피리츠’가 강원도 원주 모월, 충북 충주 고헌정 등의 양조장에서 원주 쌀로만 만든 지역 특산주에 해당한다. 다음 달 출시하는 가수 임창정의 ‘소주 한 잔’도 충북 청주의 전통주 양조업체 ‘조은술세종’과 협업한 전통주다.
주류업계는 이들 제품이 “온라인 판매를 위해 전략적으로 전통주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전통주로 분류되면 산업 보호 차원에서 주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허용된다. 덕분에 원스피리츠는 지난 3월 온라인몰 판매를 시작한 지 26분만에 6만4000여병을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논란의 핵심은 현실과 법의 괴리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통주’와 현행법의 ‘전통주’ 사이에 간극이 커지고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관광객에게 선보일 대표 전통주를 만들자는 취지로 개발된 국순당 ‘백세주’는 일반 주류다.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을 위해 수입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장수생막걸리도 마찬가지다. 광주요에서 만드는 ‘화요’,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에서 생산하는 ‘백걸리’ 등은 전통 제조방식을 쓰지만 농업법인이 아닌 탓에 전통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전통주 분류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지역 특산주를 ‘전통주’로부터 분리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애초 지역특산주는 1995년 영세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하도록 혜택을 주는 ‘농민주’에 기반을 둔다.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도입 취지와 달리 와인, 미국식 사과와인 ‘애플사이더’, 영국 술 ‘진’ 등도 전통주로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2018년에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분리하고 각각의 범위를 확대해 한국 술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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