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참배광장에서 18일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나갈 무렵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옆의 황일봉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 박해숙 5·18 유공자와 맞잡은 손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윤 대통령이 노래를 부르자 쓰고 있던 마스크가 펄럭였다. 마스크에는 ‘오월을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 이 노래를 식순에서 제외하거나, 참석자가 다 함께 부르는 제창 대신 합창단의 합창으로 대체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제창으로 바뀌었는데, 윤 대통령이 이를 계승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 99명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의원 대부분은 당에서 마련한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에 도착했다. 전체 의원 109명 중 개인 사정이 있는 10명을 제외하고는 기념식에 총동원된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의원들과 함께 특별열차에 탑승했다. 열차에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오늘 행사는 엄중하니 잘 치르자”고 당부했다. 열차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가 미리 배포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00여명도 이날 기념식에 자리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때 나란히 서 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각자 오른 주먹을 쥔 채 노래를 따라 불렀다.
기념식에 앞서 윤 대통령은 국립5·18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보수 정권 대통령이 민주의 문을 통과해 기념식장에 입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5·18 유공자, 희생자 유족, 학생 등과 함께 민주광장을 지나 200m가량 걸어가 추모탑에 헌화한 뒤 분향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시위대에 가로막혀 추모탑까지 가지 못했던 종전 방문과 차이가 컸다.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6분가량 기념사를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나갔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박수가 5차례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기념식 도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교사연합합창단이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던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보수 정당의 불모지였던 호남에 각별히 공을 들여 왔다. 이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이 2년 가까이 해 왔던 호남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말 감개무량하고 앞으로 저희의 변화가 절대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에 앞서 5·18 희생자 유족들과 5분가량 비공개 차담을 가졌다. 참석자에 따르면 전재수 열사의 유족 재룡씨가 “매년 기념식에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매년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또 “오늘은 전 국민이 광주 시민”이라며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5·18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구승은 기자, 광주=강보현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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