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이 세계 정상에 올랐다. ‘최강’ 중국을 꺾고 12년 만에 거둔 성과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국가대표팀은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아레나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중국과 끝장 혈투 끝에 3대 2로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세계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회원국들이 2년마다 겨루는 국제대회로 여자는 우버컵, 남자는 토마스컵으로 불린다. 한국은 사상 처음 우버컵에서 우승한 201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회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여자 단식 ‘에이스’ 안세영(세계랭킹 4위)을 필두로 김가은(19위) 심유진(46위) 이서진, 복식에선 이소희-신승찬(2위) 김혜정-공희용(4위) 조 등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미국(5대 0) 캐나다(4대 1) 인도(5대 0)를 완파하며 D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8강전과 준결승에선 각각 덴마크와 일본을 3대 0으로 꺾었다. 특히 ‘숙적’ 일본에는 2년 전 준결승전 패배를 완벽히 설욕하며 6년 만에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최강 중국을 맞아 팽팽한 승부를 벌였다. 안세영은 첫 경기에서 ‘천적’ 천위페이를 상대로 부상 투혼을 벌였지만 3세트 듀스 끝에 1대 2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복식 이소희-신승찬이 세계 1위 천칭천-자이판을 2대 1로 꺾으며 바로 균형을 맞췄다. 세 번째 경기에선 전날 일본전 승리를 확정 지은 김가은이 나섰으나 허빙자오에 0대 2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복식 2경기에서 김혜정-공희용 ‘킹콩’ 조가 황둥핑-리원메이를 2대 0으로 완파하며 승부는 최종전으로 치달았다.
심유진이 마지막 단식 3경기에 나섰다. 대회 조별예선만 치렀던 그에겐 본선 첫 무대가 ‘우승’이 결정될 경기였고, 상대는 상위 랭커(15위)인 왕지이였다. 열세가 예상됐지만 심유진은 7번의 듀스 끝에 1세트를 따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2세트를 내줬지만 18-21로 끝까지 상대를 괴롭혔다. 마지막 경기, 마지막 세트에 다다른 심유진은 체력이 떨어진 왕지이에 변칙 공격을 쏟아부어 21-8로 꺾고 우승을 확정했다.
심유진은 “12년 만에 우승해서 너무 좋다”며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히 바랐기 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경기를 치를 거로 생각하며 몸을 풀었다”며 “상대 선수가 이전 대회 우승자고 상위 랭커여서 부담 없이 게임을 했고, 동료들의 응원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우승으로 중국과 결승전 전적은 2승 7패가 됐다. 가장 최근 결승이었던 2016년 패배도 설욕했다. 김충회 대표팀 감독은 “목표는 늘 우승이었지만 대회에서 선수들 경기력이 덜 올라와 걱정했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이 발휘되면서 우리만의 힘이 나온 덕분에 우승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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