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 한양도성 성곽으로 넘어가는 언덕배기에 아담하지만 알찬 문화공간이 생겼다. 주님의숲교회(이재윤 목사)가 운영하는 ‘나니아의 옷장’이다. 카페처럼 아기자기한 외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서울 전경이 아름다운 이곳은 공연장 스튜디오 전시관 등으로 시시각각 변모하며 지역 주민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나니아의 옷장은 이재윤(45) 목사가 2015년 성신여대 부근에 교회를 개척하며 처음 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10일 “작은 교회들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하나씩만 하다 보면 사람들이 교회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 교회는 주민들과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사역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주일에는 교회가 되지만 주중에는 크리스천 아티스트 공연, 책 읽기 모임, 식탁 교제, 영화 관람 등을 진행하며 지역과 소통하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나니아의 옷장이라는 명칭은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옷장 문을 열고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이 공간이 복음에 기초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하며 지었다.
이렇게 6년여를 이어오던 나니아의 옷장은 코로나19가 터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예배를 이어갈 수 없었고 공연을 할 수도 없었다. 건물 임대 기간도 끝나면서 정들었던 예배당을 떠나게 됐다. 그 후 이 목사가 집에서 유튜브로 주일예배를 송출하며 성도들과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다가 올해 1월 이곳에서 두 번째 나니아의 옷장을 시작한 것이다.

‘시즌 2’로 새로워진 나니아의 옷장은 ‘매일매일 재밌는 일이 일어나는 곳’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 목사는 “달라진 문화 트렌드에 따라 여러 사역을 업그레이드했다”며 “이전 공간에서는 다수가 모이는 공연을 주로 진행했다면 이제는 소규모지만 유튜브로 송출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생중계 공연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등이 벌써 수차례 진행됐다. 나니아의 옷장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문화 사역자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신진 작가의 미술 전시회를 열고 온라인 경매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교제하는 ‘나니아의 식당’이 지난 6일 열렸고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나니아의 극장’은 오는 19일 마련된다. 북 콘서트, 크리스천 커플 모임 등 계획하고 있는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문화목회에 공감하는 성도 20여명도 자원봉사 등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소속 교단에서도 인정받았다. 나니아의 옷장을 잉태한 주님의숲교회는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류영모 목사) 총회가 주최한 ‘선교형교회 개척사례 및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3등상을 받기도 했다.
이 목사는 “문화목회를 지속하려면 항상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공부해야 한다. 재정이 부족한 개척교회인 만큼 좋은 문화 콘텐츠를 지원받는 정부 사업에도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화라는 접촉점으로 젊은 세대에게 복음을 전하고, 지역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인식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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