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가 담보대출, 리워드 지급, 시황 리포트 등 기성 금융권이 영위하는 서비스를 하나둘 출시하고 있다. 폭발적인 암호화폐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며 매매수수료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지자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모으려는 전략이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은 지난 20일부터 거래소 내 원화를 보유한 고객에게 세후(稅後) 연 1% 리워드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시중은행 수시입출금계좌 이자율이 세전 연 0.5%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예치 자산에 대한 원화는 매일 지급된다. 증권사, 종합금융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와 비슷한 기능인 셈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매주 암호화폐 시황을 분석한 ‘코인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단순히 종목별 시세 취합을 넘어 섹터(게임, IOT, 광고 등)나 테마별로 암호화폐 등락률을 보여준다. 두나무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장지수(UBMI·UBAI)나 공포·탐욕지수도 리포트에 활용된다. 코빗도 전담 연구원을 배정해 시장동향, 매매전략 등 내용을 담은 리서치 자료를 발간한다. 증권사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는 것과 흡사한 서비스다.
빗썸은 담보대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가산자산 렌딩’ 서비스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대출할 수 있다. 원화를 담보로 코인을 빌리거나 코인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릴 수 있다. 전자는 하락장에서 비싼 가격에 코인을 빌려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갚는 기법으로 수익을 내도록 설계됐다. 후자는 ‘물려있는’ 종목 등 이미 보유한 코인을 담보로 다른 코인을 빌려 한정된 자산으로 큰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 주식시장에 존재하는 공매도와 신용거래(레버리지투자)를 재현한 셈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변화 배경에는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장이 정체하면서 매매수수료 수취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점이 있다. 지난해 개당 8000만원을 호가했던 비트코인 시세는 수개월째 4000만~5000만원 안팎에서 횡보하고 있다.
두나무가 거래소 시장의 70~80%를 점유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도 빠른 변화와 경쟁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신규 시스템 도입으로 얻는 수익보다는 지출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들이 1위 거래소가 아닌 중소형 거래소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보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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