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자전거를 못 탔다면 어쩔 뻔했나

Է:2022-04-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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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작가·생활체육인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운동을 지속하는 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은 툭하면 문을 닫았다. 실내 코트와 요가 학원도 안전하지 않았다. 그나마 걷고 달리는 야외 운동은 가능했지만 그 많던 마라톤 대회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살이 쪘다고,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운동 인구가 늘어난 종목이 있었으니 바로 자전거 타기다. 자전거 판매업자들의 매출이 훌쩍 뛰어올랐단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 하나 안타깝게도 코로나 여파로 제조 공장이 멈췄다나? 찾는 사람은 많은데 자전거 수급이 어려워 못 판다는, 차마 웃지 못할 얘기도 들렸다. 나 역시 실내 배드민턴이나 수영은 하기 힘들었어도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횟수는 줄지 않았다. 아니, 좁은 방에 갇힌 것처럼 갑갑할 때마다 잘 뚫린 길을 달리는 자전거야말로 코로나 블루의 유일한 해소법이었다.

서울 집에서부터 경기도 양수리까지 이어진 자전거 길을 타보셨는지? 낮에 출발해 혼자 천천히 시원한 한강 풍경을 만끽하며 달린다. 가는 곳곳마다 풍성하게 피어난 꽃무리를 보는 기분도 삼삼하다. 밤이 되면 다리마다 가로등이 켜지고 색색의 조명이 반짝인다. 내 눈에는 에펠탑 못지않게 서울의 상징으로 삼아도 좋을 근사한 풍경이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서울을 방문한다면 어디로 데려갈까? 나 같으면 제일 먼저 낮부터 밤까지 자전거를 함께 타자고 권할 거다.

자전거는 혼자 타도 재밌지만 여럿이 모여 달리면 더욱 신이 난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타기에 코로나 와중에도 몇 번쯤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한강에서 만날 때 대부분 반포대교를 접선 장소로 정한다. 서울 전 지역은 물론 일산, 과천, 하남, 김포 할 것 없이 자전거로 이동해 여기서 다 집결할 수 있다. 또 어느 나라의 도시가 그렇게 이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가히 ‘한강의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

자전거를 타면서 스쳐 가는 풍경을 보는 것만큼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빼어나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이클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남성들 속도에 결코 뒤처지지 않고, 몸을 숙인 채 페달을 돌리는 언니들의 패기가 멋지다. 똑같은 옷과 자전거를 타고 긴 행렬을 이루며 달리는 중년 아주머니 부대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가장 반가운 사람은 60대 여성들이다. 백발에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는 할머니들이다.

예전부터 할아버지들은 많았지만 왠지 할머니는 보기 어려웠다. 자전거를 탈 만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 아예 타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걸까. 옆 나라 일본에서는 여든 살 넘은 할머니들도 거뜬하게 타고 다니는 걸 목격하지 않았나. 넘어질까 두려울 수 있지만 천천히 조심해서 타면 멋진 풍경을 누리기에 자전거만 한 것이 없다. 못 탄다는 여성들을 종종 만나는데, 늦지 않았다. 용기를 내서 배우면, 30분 만에 타는 게 또한 자전거다.

작년에 큰맘 먹고 10년 넘게 타온 중고 자전거를 새 기종으로 갈아탔다. 별일이 없는 한 환갑이 넘도록 나를 태우고 다닐 마지막 자전거가 되리라. 더 나이 들면 안 탈 거냐고? 하핫! 그때쯤이면 가벼운 전기 자전거가 나올 테니 강원도 속초까지 달려가 회를 먹고 올 계획이다.

새로 장만한 자전거보다 요즘 가장 즐겨 타는 건 따릉이다. 아예 1년 정기권을 끊어 놓고 지하철역은 물론 도서관이나 복지관처럼 자주 가는 곳마다 이용한다. 적당한 바구니가 달려 있어서 마켓에서 장을 본 뒤 짐을 싣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따릉이 역시 한강 풍경 못지않게 자랑스레 여기는 서울 대중교통의 인프라다. “이걸 어떻게 이용하는 거냐?”고 묻는 노인들이 계시다. 공용 자전거만큼은 누구든지 쉽고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교육해 주면 좋겠다.

아! 봄이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도다.

마녀체력 ‘걷기의 말들’ 작가·생활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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