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는 그냥 너무 바쁩니다.… 내면의 공허를 피하기 위해 바쁘게 살기로 선택했다는 사실을 저희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을 섬길 시간을 얻도록 제 삶 속에 공간을 창조해 주소서. 기도를 통해 쉴 수 있도록 강권하소서….’ 미국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기도문이다.
충남 천안중앙교회(신문수 목사)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 이 기도문을 읽고 필사하고 기도 일기를 쓰고 있다. 교회는 27일 예수님의 고난을 기억하기 위해 ‘사순절 전 교인 5000시간 기도운동’을 진행하고, 이날까지 합산한 기도는 2724시간이라고 밝혔다. 매일 각자 기도 시간을 교회 홈페이지에 공유하면 시간을 더해 5000시간을 만든다는 목표다.
교회는 28쪽 분량의 ‘사순절 1시간 기도문’을 나눠주고 있다. 기도문에는 안내지침 외 성도의 신앙, 가족, 교회, 나라와 민족, 창조질서 보전 등을 위한 기도 내용을 담았다. 또 다윗과 바울, 손양원 목사, 토마스 아 켐피스, 루터와 같은 믿음의 선배들이나 동시대 신앙인들의 좋은 기도문 40개를 수록한 ‘사순절 기도일기’(90쪽)도 제공한다. 양희란 집사는 “오래 기도하기 어려운데 교회 기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으며 기도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다”며 “교회가 구체적인 기도 내용을 제시해 기도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충현교회(한규삼 목사)는 다음 달 9일까지 매주 월·화·목·토요일 주 4회 오후 9시 ‘믿걸음 기도회’를 연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는 다음 달 16일까지 매일 새벽 5시 ‘사순절 갈보리 기도회’를 한다.
제주 사랑숨결교회(서성환 목사) 성도들은 지난 19일 제주대 아라뮤즈홀에서 예수님의 가상칠언을 주제로 한 사순절 창작 합창 ‘일곱 사랑 노래’ 공연을 했다. 서성환 목사는 “우리 영성이 담긴 우리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모인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모여 노래 7곡을 만들게 됐다”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무대를 만들게 돼 감사했다”고 했다.
일곱 사랑 노래는 ‘용서하여 주소서’ ‘목마르다’ ‘다 이루었다’ 등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한 말씀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공연에 참여한 한원정 집사는 “주님의 고난을 주제로 한 합창을 하면서 오히려 고난을 이기는 넉넉한 구원의 기쁨을 체험했다”고 했다.
경기도 시흥복된교회(김기현 목사)는 이번 사순절 동안 모든 성도가 매주 한 끼 금식하고 그 밥값을 모아 노숙인을 돕기로 했다. 김기현 목사는 “절기 헌금은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직접 드리는 게 의미 있는 것 같다”며 “올 사순절에는 서울 영등포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는 공동체에 헌금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이달 설립 20주년을 맞은 시흥복된교회는 부활절과 성탄절 등 매 절기 헌금을 노숙인 다문화가정 탈북민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보낸다. 상가 건물에 입주한 이 교회의 출석 교인은 80명 안팎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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