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의 한 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4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3명은 뇌병변 장애를 앓았고 한 명도 거동이 어려웠다.
17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0시47분쯤 김제시 신풍동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A씨(70)와 그의 50대 처남 3명이 숨졌다.
당시 집 안에는 A씨와 사실혼 관계인 B씨, B씨의 남동생 3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동생 3명은 모두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뇌병변 장애를 앓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숨진 A씨도 전동휠체어를 탈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A씨는 거실에서, B씨 남동생 3명은 방 안에서 발견됐다. B씨는 불이 번지기 전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
다른 방에 있던 B씨는 ‘퍽’ 하는 소리를 듣고 나와 보니 집에 연기가 자욱해 밖으로 뛰쳐나와 이웃에게 신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경찰에 “이전에 남편이 집 안에 휘발유통을 숨겨둬서 두 번이나 치운 적이 있다”며 “평소에 자주 ‘다 함께 죽자’는 얘기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가 신변을 비관해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스스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 5명은 2006년쯤부터 이 집에서 함께 거주해 왔다. 이들은 숨진 3명의 장애수당 170여만원과 B씨의 공공근로비 등 20만∼30만원을 더해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70대 남성이 신변을 비관해 주택에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며 “주택 주변 CCTV 영상 등을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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