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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이 키웠는데”… 화마 덮친 동물들도 수난

미처 못피한 가축·반려견 폐사·화상
동물보호단체들, 구조·치료 나서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가 경북 울진 축사에서 화상을 입고 다리까지 부러진 황소를 지켜보고 있다. 이 황소는 8일 폐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SNS 캡처

경북 울진 산불로 동물의 피해가 잇따르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구조하고 나섰다.

울진 지역 곳곳에선 9일 화재를 미처 피하지 못해 희생됐거나 현장에 남아 있는 동물이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가축과 반려견은 화마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폐사한 채 발견됐다.

최민경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워낙 다급한 상황에서 미처 목줄을 풀어주지 못한 동물이 현장에 많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을 찾았을 때 목줄에 묶여 있던 개 두 마리가 불타 죽어 있었고, 죽은 개 곁에는 살아남은 개 한 마리가 역시 목줄에 묶인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며 “살아남은 개는 역시 화상 흔적이 있었고 한쪽 눈을 뜨지 못해 상처를 치료한 뒤 견주와 협의를 거쳐 구조했다”고 했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도 지난 6일 구조와 봉사를 위해 화재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로부터 ‘수십 마리의 개를 키우는 가정집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집은 노부부가 38마리의 개를 키우는 집이었다.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현장에 도착해 보니 개들은 목줄이 풀려 있었고, 물려 죽은 개도 있었다. 불길이 거세지자 부부가 개들의 목줄을 풀어줬는데, 개들이 패닉에 빠져 서로 싸움이 벌어진 상황에서 물려 죽은 듯했다”고 추정했다. 함 대표는 집주인을 설득해 강아지 7마리를 구조해 동물병원으로 옮겼고, 8일 다시 울진을 찾아 화재 현장에서 방치된 개들을 구조했다.

지난 4일 울진의 한 축사에 있던 5살 황소는 불길을 피해 축사에서 탈출하다 다리가 부러졌다. 불이 붙은 지붕에서 파편이 소 등에 떨어져 화상까지 입었다. 이 소가 진통제 등의 처방을 받을 경우 도축이 불가능해 축사 주인이 아무런 처치를 할 수 없었다. 카라는 축사 주인을 설득해 소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진행했지만 8일 폐사했다.

현행 지침상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함께 들어오지 못한다. 산불이 코앞까지 들이닥친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미처 동물들까지 챙기기는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산불로 울진 지역에는 목줄을 단 강아지와 불에 타 죽은 사육동물이 수백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라 측은 지난 7일 울진군에 요청해 하수처리장 한쪽에 임시 보호시설을 만들었다. 보호동물은 강아지만 80마리가 넘는다. 최 팀장은 “주민들 피해가 심각해 동물 먹이를 챙기지 못한 상태”라며 “현재 사료 600㎏을 주민들에게 전달했고 추가 지원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울진=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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