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오면… 北, 매력적인 관광지 된다

Է:2022-02-1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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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미리 써본 북한 여행 기획서
고재열 지음
열린책들, 224쪽, 1만2000원

평양시 중구역의 야경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현재 평양에서는 관광객들이 택시를 이용해 야경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 열린책들 제공

북한을 여행하는 날이 올까.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13년이 지났다. 북한 여행은 어느새 한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기자 출신 여행기획자 고재열(48)씨가 쓴 ‘미리 써본 북한 여행 기획서’는 우리에게 다시 북한 여행을 상상해 보게 한다.

남북이 평화를 이루기만 하면, 북한이 문을 열기만 하면 북한은 한국인에게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오랫동안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걸어왔고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다. 공격적인 여행 문화가 아직도 밟지 못한 지구 최후의 오지 같은 곳이다.

이 책은 북한이 앞으로 관광으로 먹고사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제가 봉쇄된 상황에서 관광으로 외화를 획득하는 쿠바식 모델을 따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광에 대한 관심은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에 진심’인 남자”이고 “김정일 위원장에게 ‘예술 정치’가 있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관광 정치’가 있다”고 썼다.


실제로 북한의 관광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북한 여행 방식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김정은 정권이 관광 산업에 집중한 뒤 중국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방문하고, 서구의 여행 전문가들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여행이 등장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이전 평양은 넘쳐나는 중국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았다. 서양인들의 북한 여행도 활기를 띠었다. 외국에 있는 북한 전문 여행사로는 영국인이 설립한 고려투어(베이징)와 폴리티컬투어(런던), 베를린에 있는 평양트래블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외국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건 숙소다. 관광특구인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시에 대규모 숙박 인프라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칠보산에는 민박촌이 구축됐다. 백두산 관광을 위해 기존 베개봉호텔 외에 최근 550실 규모의 삼지연호텔이 건축됐다.

북한 여행사 홈페이지를 보면 다양한 맞춤형 여행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악 마라톤이나 파도 타기, 골프 등을 위한 패키지 여행 상품이 제공된다. 평양에선 평양냉면과 녹두지짐을 만들어 보고 평양김치를 담가 보는 2시간짜리 쿠킹 클래스가 75유로 정도에 열린다. 태권도를 배우는 태권도 관광, 주체사상탑이나 인민문화궁전 등 평양의 건축물을 둘러보는 ‘건축 애호가 관광’, 수십 마리 물범을 구경하는 ‘물범 관광’도 판매한다.

물론 북한 여행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위험하다. 북한 땅 전체를 포괄하는 여행 가이드북으로선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북한 여행’(2021년 출간)을 쓴 독일인 뤼디거 프랑크는 “북한 여행은 많은 점에서 절묘한 줄타기”라고 표현했다.

“설사 1주일에 지나지 않더라도, 감정적으로 매우 도발적인 경험이다. 한 걸음을 잘못 내디뎠다가는 발밑에 안전한 지반을 잃어버릴 수 있다. 두려움과 호기심, 분노와 공감, 망상증과 신뢰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 나라 안에 있지만 한 번도 진짜로 거기 있지 못한다.… 방문객은 쾌감과 좌절감 사이에서 정서적 롤러코스터를 탄다.”

저자는 여행전문가의 눈으로 북한의 관광자원을 세밀하게 살핀다. 자료의 부족이 아쉽긴 하지만 우리가 몰랐던 얘기들이 많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1947m)인데 북한에는 한라산보다 높은 산이 50개가 넘는다. 백두산(2750m)에 이어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은 2541m 높이의 관모봉이다. 개마고원 북동부에 있는 관모봉에는 관모주봉을 중심으로 2000m 이상의 고봉 30여개가 산군을 이루고 있다.

산이 많은 북한은 아웃도어 천국이 될 수 있다. “개마고원의 부전호나 장진호 근처는 고산 트레킹 코스로 매력적일 것이다. 묘향산과 칠보산도 금강산 못지않게 인상적인 곳이다. 구월산 등 황해남도에는 남한 수도권에서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산도 많다.”

양강도의 개마공원. 열린책들 제공

온천관광도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36개의 온천지구가 개발됐다. 가장 주목할 곳은 양덕온천휴양소다. 2020년 영업을 시작한 이곳은 규모나 외관에서 고급 휴양지를 방불케 한다. 양강도 내곡온천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온천으로 역사가 500년이 넘는다. 백두산 기후온천휴양소도 유명하다.

평양 미식기행도 매력적이다. 일본 가이세키 요리에 영향을 준 곳이 평양이다.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평양은 조선의 풍류 도시였다. 옥류관과 쌍벽을 이룬다는 청류관의 대동강숭어국, 평양 체류 외국인들이 최고의 음식점으로 꼽는 평양호텔 비로봉레스토랑의 뷔페,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리는 경흥맥주집 등이 필수 코스가 될 수 있다.


저자는 북한 전역을 8개 관광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여행코스를 제안했다. 평양 권역에서는 평안감사가 놀았던 부벽루, 서울의 남산과 같은 대성산,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평해튼’(평양+맨해튼)으로 소개한 여명거리 등을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았다. 평안도 권역에서는 묘향산 등산과 향산호텔 숙박, 북한 제2의 도시 남포 여행을 권했다. 남포시는 고구려 벽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황해도 권역에는 고려 수도였던 개성이 있다. ‘북한의 도시를 미리 가봅니다’라는 책을 쓴 박원호는 “평양이 21세기 도시라면 개성은 18세기 도시”라며 “개성의 도심은 여전히 고려조의 도성인 개경을 떠올릴 정도로 대다수 기와집들 일색”이라고 전했다.

해금강의 명승지 총석정. 열린책들 제공

이 밖에 백두산 권역, 개마고원 권역, 금강산 권역, 칠보산 권역, 원산 권역도 있다. 원산 권역 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는 북한의 관광 인프라 투자가 집중된 곳이다. 원산시 인근의 마식령스키장은 북한이 자랑하는 관광지다.

지금 같은 남북 상황에서 북한 여행은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 여행에 대한 상상이 평화를 가져오는 힘이 될 수도 있다. 북한 여행이라는 주제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다.

북한 관광이 가진 경제적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남북 통합을 전제로 북한 관광 인프라에 4조원을 투자할 경우 남북한을 찾는 해외 관광객 수는 세 배로 늘어나고 관광 수입이 4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관광은 한반도의 미래”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 북한 관광은 남한이 빠진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북한 관광 인프라 구축에 돈을 대는 것도 중국 자본이고, 북한 여행객의 주축도 중국인이다. 난개발도 우려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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