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 낙하산 대표’ 논란에 휩싸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가 창단 이후 첫 외국인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인 다비트 라일란트의 기자간담회를 25일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단체 연습동에서 개최했다. 지난 17일 입국해 8박9일 한국에 체류한 라일란트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취임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라일란트는 이날 “2018년 코심과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예술감독 취임 전까지 3번 지휘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연성과 개방성이 있는 오케스트라로 생각했다”면서 “예술감독으로서 코심의 성장을 이끌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벨기에 출신인 라일란트는 독일어권과 프랑스어권을 오가며 활동하는 지휘자다. 한국에선 국립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2018년)와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2019년) 및 교향악축제(2021년)에서 코심과 호흡을 맞췄다. 코심은 2020년 음악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예술감독추천위원회의 추천 등을 거쳐 제7대 예술감독으로 라일란트를 임명했다.
“음악은 문화권의 특수성을 잊게 하는 보편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외국인 예술감독이라는 수식어 대신 그저 오케스트라와 열정을 공유하는 예술감독이 되고 싶습니다.”
코심은 1985년 민간 오케스트라로 출발했지만, 국립예술단체 공연을 전담하면서 국고 지원을 받게 됐다. 현재 문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사실상 국립예술단체다. 최근 ‘국립’ 명칭을 넣는 것을 추진하던 중 옛 국립교향악단을 뿌리로 하는 KBS교향악단의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국립’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대중이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한편 음악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코심은 최근 지휘자 콩쿠르,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작곡가 아틀리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저 역시 ‘국립’ 오케스트라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고민 중입니다.”
당초 코심은 라일란트의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으려 했다. 간담회를 하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친분에 따른 낙하산 인사 의혹을 사는 최정숙 신임 대표도 동석해야 하는데, 기자들의 질문이 최 대표에게 집중되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면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는 데 대한 언론의 비판이 커지자 이날 급하게 일정을 잡았다. 최 신임대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미리 전한 뒤 간담회 내내 뒤편에만 앉아 있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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