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샛강에서

[샛강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성경 번역

우성규 종교부 차장


표지는 상큼한 분홍빛이다. 교회 유년부에서 나눠준 ‘어린이 컬러 성경’이다. 색색의 일러스트에 그림 해설이 곁들여져 있다. 성탄절을 앞두고 어린 자녀와 함께 마태복음 1장 18절에서 21절까지 읽는데, 난관이 시작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나타났더니 그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그를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하여 이 일을 생각할 때에 주의 사자가 현몽하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하지 말라 그에게 잉태된 자는 성령으로 된 것이라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초등학생 아이가 묻는다. “아빠, 잉태가 뭐야?” “응, 아이 밸 잉(孕) 아이 밸 태(胎),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생기는 거야.” “현몽은 또 뭐야?” “어, 나타날 현(現), 꿈 몽(夢), 꿈에 나타나는 거지.”

다행히 아이는 새신자반 어른들처럼 “아니, 처녀가 어떻게 애를 배느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그랬다면 작고한 원로 희극인 구봉서 예능교회 장로의 저 유명한 대꾸 “아니, 지 애비가 괜찮다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냐”를 들려줘야 했을 것이다. 믿음의 문제 이전에 개역개정 성경은 이처럼 아이들이 읽기 어렵다. 한자 공부부터 해야 한다. 140여년 전 이 땅에 기독교가 전래될 당시의 고졸(古拙)한 어투로 번역된 문체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역개정 성경은 물론 한국교회 부흥을 이끈 원동력이다. 한글 성경과 한글 찬송가의 보급으로 조선 반도는 문맹에서 벗어났고, 이를 통해 전해진 복음의 메시지는 한국교회 예배와 개인 신앙생활의 중심이 됐다. 1911년 최초의 한글 완역 성경인 ‘셩경젼셔’ 이후 38년, 61년, 98년 등 세 차례 개정된 지금의 개역개정 성경은 여전히 한국교회 대부분 교단이 사용하는 예배용 성경으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세대에게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현실에선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언어와 읽기 양상에 큰 변화가 몰려오고 있는데, 겉만 색색으로 칠하고 속은 알아듣기 힘든 개역개정판 성경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이것처럼 이상한 일도 없다. 그래서 예배용 공인 성경이 아닌 읽기 편한 대조용 성경으로 대한성서공회가 10년을 준비해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을 내놨다.

“예수 그리스도의 태어나심은 이러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한 때였다. 그들이 한방을 쓰기도 전에 마리아가 아이를 가진 것이 드러났다. 아이가 생긴 것은 성령님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올바른 사람이어서, 마리아에게 망신을 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마리아와 슬그머니 갈라서려고 했다. 이런 일을 요셉이 마음속에 두고 있을 때, 보라, 주님의 천사가 꿈에 나타났다. 천사가 말했다. ‘요셉, 다윗의 아드님!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그대의 아내로 맞아들이세요. 마리아에게 생긴 아이는 성령님에게서 비롯된 것이거든요. 마리아가 아들을 낳을 텐데,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세요. 바로 그 아이가 그의 백성을 그들의 여러 죄에서 구원할 것입니다’.”

문장 부호가 삽입됐고, 한 문장은 16어절에 50자를 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도 편하게 읽기 위함이다. 어순은 원어에 가깝게, 어려운 한자어는 전부 풀어서, 높임법도 적절히 활용했다. 짧고 쉽고 친근하게 번역된 성경이다.

독일 교회들은 지금도 마르틴 루터가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을 예배에서 낭독한다. 동시에 젊은이들을 위한 공인 성경을 발간해 복음이 그들의 언어로 표현되도록 노력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대한성서공회의 새 한글 번역 노력을 지지한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