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주민센터의 잡다한 행정업무를 구청으로 가져오는 대신 복지 공무원과 보건소 방문간호사를 동 주민센터에 전진배치했다. 복지 공무원과 방문 간호사들은 지역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을 발굴하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했다. 동 주민센터가 주민복지센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서대문구는 2011년 전국 처음으로 동 주민센터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동 복지허브화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와 보건복지부의 ‘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의 모태가 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 사업의 모델을 만들어내고 처음 실행에 옮긴 주인공이 문석진(66) 서대문구청장이다. 그 바탕에는 ‘복지는 이웃사랑의 실천’이라는 믿음이 자리했다.
문 구청장은 지난 20일 구청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 복지허브화사업은 지방이 중앙의 행정을 바꾼 사례”라며 “종교적으로는 사랑의 실천이 행정적으로 보면 복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제가 복지에 초점을 두고 행정을 해온 것은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이웃사랑을 구체적으로 행정시스템으로 실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가 위기에 빠진 분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민간 자원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100가정 보듬기 사업’도 이웃사랑의 실천이다. 문 구청장은 “2011년부터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734가정에 월 30만원씩 40억원을 지원했다”며 “우리 사회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작은 나눔이지만 충분히 기부할 수 있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에서 주어지는 복지만이 아니라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다면 복지시스템도 좋아지고 수혜자가 이웃과 함께하면서 지역사회 공동체가 훨씬 따뜻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3선 구청장으로 2010년부터 12년째 생활밀착형 행정으로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가장 보람있는 사업으로 안산자락길 조성사업을 꼽았다. 전국 최초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로,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 등 보행약자들의 이동권 증진에 방점을 두고 조성된 산책로다. 문 구청장은 “1차 구간 준공식 때 몇몇 장애인분이 ‘평생 처음 자신의 힘으로 숲에서 산책을 해봤다’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아예 한 바퀴 빙 둘러볼 수 있게 순환형으로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모든 정책과 사업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장애가 있는 사람도 똑같이 즐길 수 있도록 했더니 모두가 좋아하는 길이 됐다”고 흡족해했다.
크리스천 행정가인 문 구청장이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일제 시대 전남 순천에서 선교사를 돕는 전도사였다”며 “자연스럽게 모태신앙으로 시작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교회생활을 보면서 자랐다”고 소개했다. 특히 할머니의 새벽기도는 문 구청장을 지켜주는 힘이 됐다. 문 구청장은 “할아버지가 중풍을 앓아 할머니가 매일 새벽기도를 하셨다. 할머니는 어린 저를 깨워서 같이 기도했는데 항상 저를 위한 기도 제목을 정해놓고 하셨다”고 회고했다. 문 구청장은 아현감리교회 장로다.
문 구청장은 교회가 부흥에만 매달리지 말고 전 인류와 지역 사회를 위해 더욱 헌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교회는 자체 성장에 많이 매달려 왔는데 이제는 나누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교회는 성장할 만큼 했으니 더 잘 나눠야 하고 자꾸 비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회가 관료화될수록, 비대화될수록 사랑의 실천과는 멀어졌습니다. 교회 안에서의 성장보다는 지역사회, 세계 공동체에 나눠줘야 합니다.”
그는 “우리는 외국 선교사들에게 빚을 지고 이만큼 성장해왔다. 더욱이 세계 최대 선교사 파송국가가 됐으니 이제는 좀 더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물적 자산들을 조건 없이 과감하게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은 교회들이 다양하게 복지사업에 참여한다”고 소개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유지재단이 서대문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를, 새문안교회가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또 기독교대한감리회 유지재단이 구립가재울지역아동센터를, 원천교회가 인왕어르신복지센터와 구립홍은청소년공부방의 운영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문 구청장은 섬김의 리더십으로 2010년 첫 취임식 때 독립공원에서 주민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했다. 주민을 섬기겠다는 마음가짐과 물로 씻듯이 항상 투명하고 맑게 행정을 하겠다는 다짐의 발로였다. “세족식을 하려면 엎드려서 하기 때문에 주민 앞에 겸손한 자세가 됩니다. 재선, 3선 때도 취임할 때마다 세족식을 했는데 이후에 주민을 정말 잘 섬기고 있는가 스스로 질문하면서 권력에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문 구청장은 부정으로 점철된 서대문구를 깨끗하게 바꾸기 위한 행동으로, 취임하자마자 직원 인사에 돈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어떤 사업자도 사적으로 만나거나 식사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는 “청렴은 크리스천 행정가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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