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우전’(어차피 우승은 전북)이다. 전북 현대가 2021 시즌 K리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K리그 역사상 전무한 5연패 달성이자 총 9번째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썼다.
전북은 5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직전까지 전북은 2위 울산 현대보다 승점은 2점, 다득점에선 7골 앞서 무승부만 해도 우승이었다.
전북은 이날 홈인 전주성에서 승리로 우승을 자축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제주의 촘촘한 수비벽을 뚫는 데 애먹으며 전반을 0대 0으로 마쳤다.
전북은 후반 9분 한교원의 선제골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앞서 백승호의 코너킥을 제주가 걷어냈지만, 전북이 이를 다시 상대 골문으로 올렸다. 제주 골키퍼 이창근이 한교원의 움직임을 신경 쓰다 볼을 흘렸고, 한교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골문을 열었다. 후반 28분에는 송민규가 추가골을 넣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전북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서 모두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조광래 대구 대표이사, 최용수 강원FC 감독에 이어 프로축구 통산 3번째다.
결코 만만찮은 감독 데뷔 시즌이었다. 전북은 지난 5월 수원 삼성, 울산, 대구FC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하는 등 7경기 연속 무승(4무 3패)의 늪에 빠졌다. FA컵에서는 K리그3의 양주시민축구단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디펜딩챔피언의 위엄을 잃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라이벌 울산에 패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리더십에도 우려가 쏟아졌지만 김 감독이 신임했던 백승호가 살아나고 송민규와 문선민 등이 맹활약을 펼치며 1위를 되찾았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3연패를 하고 7경기 동안 승리가 없을 때 많이 힘들었다”며 “팬들의 비난과 사랑을 받았는데 많은 팬 앞에서 전무후무한 5연패 새로운 역사를 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승부처로는 지난달 6일 울산과 맞대결에서 3대 2로 승리한 경기를 꼽았다.
특히 주장 홍정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레전드’ 이동국이 떠난 뒤 팀을 이끈 홍정호는 우승 확정 뒤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 감독은 “수훈선수는 홍정호”라며 “이동국이 나간 자리를 메워줬고, 선후배를 챙기며 코치와 선수 간 유대관계를 잘 형성해줬다”고 말했다.
전북은 이번 시즌 제주전에서 첫 승리의 기쁨도 맛봤다. 전북은 제주와 3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이날 승리로 우승팀의 위엄을 보였다.
막판 극적인 역전 우승을 꿈꾼 울산 현대는 같은 시각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전에서 2대 0 승리했지만 순위를 뒤집지는 못했다. 울산 현대는 시즌 중후반까지만 해도 리그·FA컵·ACL의 트레블 우승까지 내다봤으나 번번이 발목을 잡히며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특히 준우승만 10번 기록하며 씁쓸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리그 감독을 처음 맡은 홍명보 감독의 첫 우승도 미뤄졌다.
대구와 제주는 이날 패배하면서 각각 3위와 4위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제주는 K리그1 승격 첫해에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3위까지 주어지는 ACL행 티켓까지 노렸으나 자력 진출은 실패했다. 다만 대구가 FA컵 우승을 하면 ACL 진출이 가능하다. 대구는 FA컵 결승 1차전에서 전남에 1대 0 승리해 유리한 고지에 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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