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은 지구 생물체 중 가장 정밀한 후각을 지녔습니다. 인간보다 1만배나 냄새를 잘 맡는 개의 코는 올림픽 수영장 20개를 채운 물에 액체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알아차리죠. 최근에는 암세포 냄새까지 맡는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동물의 코에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분자를 감별하는 후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후각 수용체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정밀하게 냄새를 감지할 수 있죠. 인간의 코에는 600만개의 후각 수용체가 달렸는데, 개의 코에는 그 50배인 3억 개가 담겼어요.
개의 뇌는 냄새의 종류를 다양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뇌의 후각신경구는 감지된 냄새를 분석하는 신경체인데 개의 것이 인간보다 40배나 더 큽니다. 그래서인지 개들은 새로운 냄새를 맡는 데 큰 흥미를 느끼고 산책이나 탐지견 역할을 즐기죠.
개는 기계보다 뛰어난 탐지능력을 지녔습니다. 수질 측정 장비가 100만분의 1 농도(ppm)의 정밀도를 보이는데 개들은 100만배나 정밀한 1조분의 1 농도(ppt)에서 물질을 찾아내죠.
개의 코는 냄새 맡는 방식이 다릅니다. 인간의 코는 들이마신 숨을 즉시 내뱉는 직선 형태여서 냄새를 오랫동안 분석할 수 없습니다. 개 코의 내부는 나선 형태여서 내뱉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며 오랫동안 머무릅니다.
개들은 다양한 탐지견으로 길러집니다. 마약 탐지견, 폭발물 탐지견, 실종자 수색견, 심지어 문화재를 갉아먹는 해충 흰개미의 페로몬을 감지하는 전문 탐지견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개 훈련을 통해 암, 당뇨, 결핵, 말라리아 같은 인간의 질병을 냄새만으로 감지하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의 의약 회사 바이오센트(BioScentDX)의 2019년 연구가 가장 유명합니다. 당시 연구를 위해 4마리의 비글이 건강한 사람과 폐암 말기 환자의 혈액 냄새를 구별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 뒤 3마리의 비글은 96.7%의 정확도로 폐암 검체와 정상 검체를 골라냈어요. 실패한 1마리는 애당초 후각 훈련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경우였죠. 연구 책임자인 헤더 준키라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연구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두 가지 길이 열렸다. 하나는 개의 후각을 활용해 암을 검진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개가 냄새 맡을 수 있는 화합물이 암세포에 반응하도록 시약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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