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江湖)애 병(病)이 깁퍼 듁님(竹林)의 누엇더니… 셤강(蟾江)이 어듸메오 티악(雉岳)이 여긔로다”(송강 정철 ‘관동별곡’ 중에서)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에 부임하며 아름다움을 예찬했던 원주 섬강 자락의 간현관광지. 출렁다리 아래로 폭 250m 기암절벽이 펼쳐져 있다. 미디어파사드 전문 기업 모온컴퍼니는 매일 밤 이 간현암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미디어’와 건물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의 합성어인 미디어파사드는 대형 벽면을 스크린 삼아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회사는 도시의 건물을 넘어 자연의 절벽을 캔버스로 삼아 작업하고 있다.

매끈한 건물 외벽에 영상을 비추는 건 그나마 수월하다. 일정한 패턴이 없는 자연물에 선명한 영상을 띄우려면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모온컴퍼니 윤철수 영상팀장은 “인공 벽과 달리 자연 암벽은 상이 잘 맺히게 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해서 먼저 레이저 스캔을 통해 재질과 형태부터 파악한 뒤 동선 등을 고려해 어울리는 콘텐츠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파사드 작업은 한 프로젝트에 보통 6개월쯤 소요되는데, 간현암은 1년이나 걸렸다. 허서윤 프로젝트 매니저는 “간현암에 가장 어울리는 폭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세계 폭포 50여곳의 영상 그래픽을 현장에서 테스트했다. 암벽 형태를 따라 구렁이가 넘나드는 장면을 구현하는 시뮬레이션만 6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폭 250m 암벽을 영상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 대형 빔프로젝터 12대가 사용됐다. 열두 구획으로 나눈 공간을 각기 다른 빔프로젝터가 비춘다. 영상이 상영되는 20여분 동안 간현암은 고래를 품은 바다가 되기도 하고, 구렁이가 넘나드는 능선이 되기도 한다. 웅장한 자연경관이 디지털 장비와 만나 융합예술을 빚어내고 있다.
원주=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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