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모(28)씨는 최근 회사에서 백신 접종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피한다. 신씨는 회사 권고로 지난 1일 백신 1차 접종 예약을 했다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취소했다. 이후 같은 팀 상사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신씨는 “‘공동생활을 하려면 의무적으로 접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불편해서 자리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전 국민 1차 접종률 70%’ 목표를 달성했지만 델타 변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1차 접종률 목표치를 70%에서 80%로 상향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말 접종 완료율 70% 달성 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방역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접종자들의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미접종자 접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접종 예약을 진행하고 있으나 27일 0시 기준 미접종자 573만6493명 중 사전예약자는 25만4343명(4.4%)에 그쳤다.
1차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나 2차 접종을 포기한 김모(38)씨는 “숨이 가쁘고 어지러운 증상이 한 달 가까이 계속돼 응급실을 찾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2차는 맞지 않으려 했는데 주변에서 ‘백신 안 맞을 거냐’며 몰아세우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부작용 불안감에 접종을 꺼릴 수밖에 없는데 주변에서 ‘미접종자’로만 인식되는 게 억울하다는 반응도 있다. 기저질환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주저하지만 주변에는 병을 앓고 있어 접종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반면 미접종자들을 ‘집단면역 무임승차’를 노리는 이기주의자로 폄훼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31)씨는 “남들이 다 맞으니 나는 안 맞아도 집단면역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심보”라며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 가질 마음 자세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미접종자들을 설득해 접종률을 높이는 게 위드 코로나의 전제가 되는 상황에서 일방적 비난과 강요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적모임을 풀어준 후에도 미접종자의 경우 2인 이상 모임을 제한하는 등 네거티브 인센티브들이 필요하다”며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두되 자유에 따른 책임은 주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형민 신용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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