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치와 상식 보여준 윤희숙 의원…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물러나고 의원직까지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신선하다. 권익위로부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목된 여야 의원 25명 중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등 근래 굵직한 현안이 있었을 때도 제대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을 본 적이 없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있는 것으로 통보된 나머지 24명은 모두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거나 불복하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윤 의원이라고 왜 억울하다고 생각을 안 했겠는가.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먼저 “국민께 심려를 끼치게 돼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런 뒤 문제가 된 부친의 농지법 위반 등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부친이 농사를 지으며 남은 생을 보내겠다는 소망으로 2016년 농지를 취득했으나 모친 건강이 갑자기 악화하는 바람에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 계약한 것이고,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부친의 경제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도 본인의 문제가 아니고,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통보한 상태였다.

물론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해서 바로 의원직을 잃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거쳐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고, 회기 중이 아닐 때는 국회의장 허가에 따른다. 그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며 “여당 대선 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 안 해준다고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코 형식적인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는 의미다.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다는 말도 있다는 질의에는 “제가 생각하는 정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회견장에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찾아와 사퇴를 만류했다. 윤 의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 대표에게 “이게 내 정치”라고 말했다.

권익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끼워 맞추기 조사’ ‘우스꽝스런 조사’라며 맹비난하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에 윤 의원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윤 의원에게 많은 국민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내로남불’이 횡행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온갖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 요즘 정치판에서 윤 의원이 보여준 염치와 용기 있는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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