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모든 특허를 여러분께 드립니다”라고 깜짝 선언을 했다. 전기차 배터리 특허 200여건을 무료로 공개한 것인데, 분초를 다투는 기술 개발 전쟁에서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머스크가 왜 그랬을까. 당시 전문가들은 ‘경쟁사가 테슬라 특허를 활용한다면, 전기차 시장의 파이가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얻는 이득이 특허의 이득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소스를 공개한 것이나 도요타가 수소연료 차량 특허를 일부 공개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각자 가진 자원을 내놓고 공유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는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이 한창인 이유다.
환경 오염, 저출산·고령화 등에 대한 국가 발전의 해답을 찾는 것도 열린 혁신이 가능할까. 미국 정부가 직접 구축한 시민참여형 아이디어 공모 플랫폼(challenge.gov)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플랫폼은 2010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해 항공우주국(NASA), 에너지부, 국방부 등 100여개 기관이 참여해 다양한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플랫폼이 출범한 첫해에만 1000건 이상 과제를 발굴하고 2억5000만 달러(3000억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실제로 3D프린터 기반 집 짓기 디자인, 농업 분야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민간 아이디어로 해결됐다. 최근엔 총상금 50만 달러(5억6000만원)를 걸고 “내일의 마스크를 설계하라”는 과제로 해법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착용이 불편하지 않고 안경을 썼을 때의 김 서림도 최소화한 혁신적 일회용 마스크 디자인을 제출하면 포상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차원에서 민간의 열린 혁신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국가 발전 프로젝트 공모전’(nationalproject.korcham.net)을 펼치고 있다. 세계적 과제인 “코로나 이후 우리는 이전 일상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해 국민 전체의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면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서였다. 특히 ‘내 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는 경우 수상자는 프로젝트 지분을 받을 수 있고, 직접 참여도 가능하다.
새 형식의 공모전인 만큼 참여 열기도 뜨겁다. 현재 1500여건의 응모가 이뤄진 가운데 기업 부문이 600여건, 대학이나 일반 부문이 900여건이다. 주제별로는 창업 일자리(22%) ESG(20%) 보건 안전(15%) 지역 발전 소상공인(11%) 저출산 고령화(9%) 문화 관광(7%)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 소상공인 살리는 지역별 맞춤 해결책’ ‘산업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기술’ ‘국민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줄이는 시스템’ 등 국가적 난제에 대한 저마다의 해법이 쇄도했다. 심사위원들이 놀랄 만큼 생각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는 후문이다.
“점들을 연결해 보세요(Connecting the dots).”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다. 점과 점을 서로 연결하면 선이 되듯, 과거의 순간들이 모여 현재의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도 오디션을 통해 우수작을 추리는 작업과 별개로 한 분, 한 팀이 만든 수많은 아이디어를 모아 백서로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수많은 아이디어가 어쩌면 지금은 상호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모여 미래에 놀라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소중한 점들이 되길 바란다. 국가 발전 프로젝트가 여러분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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