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성공한 교주가 되기 위해서는 거짓말과 희망 고문에 능해야 한다. 다른 교주들의 교리를 표절하는 비윤리적 행태는 기본이고, 정체불명의 민간 속설도 거침없이 가져와 마치 자신의 창의적인 작품인 양 사용한다. 신천지 이만희는 전도관 교리와 소위 남사고비결(南師古秘訣)이라는 위서(僞書)를 벤치마킹해 자신의 교리로 만들었고, JMS 정명석의 ‘30개론’은 통일교 문선명의 ‘원리강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표절과 짜깁기를 거친 거짓 교리를 가지고 교주들은 신도들을 희망 고문하기 시작한다. 삶에 지친 이들이 혹할 수 있는, 보암직하고 먹음직한 희망을 던지며 절대 권력자의 위치에 올라선다.
둘. 스마트한 교주들은 결코 자신이 신격화된 존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신도들이 얼마나 끔찍한 죄인인지를 감언이설로 세뇌한다. 신도 스스로 죄인임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 죄를 지적하는 교주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점점 커진다. 대부분 이단 교주들은 신도들을 죄책감 속에 고통받도록 만든 후, 죄 사함의 방법과 능력이 교주에게만 있다는 것을 믿도록 만든다. 구원파 귀신론 가계저주론 등의 교리에선 이러한 패턴들이 전형적으로 노출된다. 교주가 많은 것을 누리면 누릴수록, 신도들은 상대적으로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셋. 교주들의 생존전략은 잔혹하다. 이는 자신들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때문이다. 한때 자신이 열심히 따라다니던 선배 교주를 배신하고 뛰쳐나온 경우가 많다 보니, 조직 핵심 간부들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감시와 통제에 엄격하다. 교주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응징하는 한편, 때로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막대한 특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단들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요즘엔 상대적으로 통제가 용이하다고 판단되는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은 막후실세 역할을 한다. 하나님의교회 ‘어머니 하나님’ 장길자 뒤엔 ‘총회장’ 김주철이 있고, 전능신교 ‘그리스도’ 양향빈 뒤에는 ‘대제사장’ 조유산이 있다.
넷. 교주들은 나름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고 있다. 희한한 일은 시한부 종말론이나 14만4000 교리 같은 조건부 종말론이 실패해도 이단 조직은 멀쩡하다는 사실이다. 신천지 하나님의교회 안식교 여호와의증인 등의 종말론들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이들 단체는 물론이고 아류 조직들은 여전히 활발하다. 이는 교회에는 없는 것이 이단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신격화된 교주의 존재이다. 직통계시를 받는다는 교주는 성경은 물론, 자신의 기존 주장마저 손쉽게 변개한다. 교주의 말 바꾸기는 이단들의 위기관리 매뉴얼 중 핵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단 교주와 유사한 모습들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는 사실이다. 합법적 권력과 정통적 교권에 속해 있지만 실제로는 이단 교주들의 비밀 노트와 같은 매뉴얼을 따르는 유사 교주들이 보인다. 이들은 돈과 조직을 동원해 각종 선거와 선출로 요직에 오른 후, 이단 교주들의 비밀 노트 내용과 유사한 행태를 띄면서 역기능적 모습을 노출한다.
사회와 교회 안에 합법적으로 암약하는 이들 유사 교주들은 거짓말과 희망 고문이란 무기를 가지고 선량한 시민들을 우롱하고 통제한다. 권력 장악을 위해 이전투구의 정치 싸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정적은 잔혹하게 제거하거나 때론 명분 없는 이합집산도 사리사욕을 위해 불사한다. 아무리 상습적으로 죄를 지어도 도덕적 불감증이란 백신을 맞아가며,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며 끈질기게 회생한다.
목하 선거철을 앞두고 권력을 오용, 남용, 악용할 준비가 되어있는 각양각색의 유사 교주 지망생들이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탁지일(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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